경마기수로 제2인생 찾는 탈북청년 김용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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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탈북 청년이 제주에서 경마장 기수로 새 삶을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마사회 제주사업본부 제주경마장의 기수후보생 김용석 (金勇石.23) 씨.

金씨는 오는 10일 처음 경주에 출전, 탈북자로선 처음으로 정식 경마기수 입문을 앞두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에서 출생, 원산시 '정준택 경제대학교' 경제학과 4학년 재학 중 96년 북한을 탈출한 金씨는 중국 하얼빈 (哈爾濱) 등지를 떠돌다 97년 3월 남한에 정착했다.

귀순 뒤 그는 정부가 준 정착금 1천3백만원을 사기당했고 건설회사의 견적담당.식당종업원을 전전하는 등 '자본주의 경제의 어두운 현장' 을 뼈저리게 느꼈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는 우연히 경마기수에 관한 글을 읽던 중 경마기수가 키 1m57㎝.체중 48㎏의 작은 체격인 자신에게 적합한 직종이라는 판단을 했다.

국가정보원의 도움으로 지난해 5월 과천경마장 기수양성소에 들어간 金씨는 1년간 혹독한 기수 훈련과정을 거쳤다.

기수양성소를 수료한 金씨는 지난달 8일부터 제주경마장에서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조랑말과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이 성공의 관건' 이라고 생각한 그는 매일 오전 4시30분에 일어나 훈련하고 있다.

기수양성소에서 '조랑말' 이라는 말 이름을 처음 들어봤지만 한달여 동안 조랑말과 어울리다 보니 나름의 조랑말론도 생겼다.

"귀신같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영리한 놈이지만 조랑말만큼 고집불통도 없어요. " 그는 요즘 선배 기수들로부터 하루하루 배움의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고참 선배들이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 말과 서로 대화할 정도로 능숙합니다. 저도 하루빨리 그러한 수준에 올라가고 싶습니다. "

첫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당장의 소망이지만 그의 장차 꿈은 법관. "기회가 되는 대로 사법고시에 도전하겠다" 는 그는 '어렵지 않겠느냐' 는 우려에 "전국에서 1백여명뿐인 기수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며 "세상일이 다 어려우나 열심히 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 고 각오를 폈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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