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철학적 논의 담은 신간 두권 연이어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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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몸의 철학적 논의를 담은 책 2권이 최근 연이어 출간됐다.

하나는 9명의 한국인 필자들이 주제별로 참여한 '몸 또는 욕망의 사다리' (한길사.1만원) , 다른 하나는 정화열 (67.미국 모라비언대.정치철학) 교수의 '몸의 정치' (민음사.1만3천원) 다.

이는 80년대초 철학자 김용옥씨가 'mom' (몸) 의 철학을 거론한 이후 90년대 거대 담론화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사실 플라톤 이후 '몸' 은 철학적 논의대상에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와 메를로 퐁티 등이 데카르트의 '코기토' (사유) , 즉 이성 중심의 이론체계에 반기를 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몸 또는…' 에서 이거룡 (동국대 강사) 씨와 조민환 (성균관대 강사) 씨는 각각 인도철학과 유가 (儒家) 미학적 관점에서 몸의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욕망절제의 미학, 즉 심신일여 (心身一如) 의 사고다.

여기에서 불교의 해탈은 물질적 몸이 심리적 정신과 조화.균형을 이룬 것, 유교에서 몸은 마음이 기 (氣) 를 통하여 몸으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정화열.조광제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특별연구원) 씨가 얘기하는 서양철학에서의 몸은 근대철학의 출발점인 데카르트적 심신이원론과 자기중심주의적 사고의 틀을 깨뜨리는 것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정 교수의 경우 "생각하는 나는 정신과 몸이다. 만약 생각이 나의 존재 이유가 된다면 몸 또한 마찬가지다" 는 논리를 펴고 있다.

'몸의 정치' 는 앞의 책 필자 중 한사람으로 등장했던 정 교수의 개인적 연구성과물. 여기에서의 '정치' 는 권력의 한 형태로서가 아니라 '인간 관계학' 또는 '갈등의 조율' 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이를 포스트모더니즘적 시각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것은 남근중심주의와 시각우위의 철학이 여성성과 촉각중심의 철학개념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 교수가 이번 책에서 '횡단적 연계성' (transversality. '가로지르기' ) 을 통해 동서양 철학의 합류지점을 찾고 있는 있는 것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현상학.실존철학 권위자로서의 위상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유의 대안적 패러다임 제시로 풀이하고 있다.

즉 '정신 - 관념 - 문화 - 서양 - 남성성' 의 연결고리가 '몸 - 구체성 - 자연 - 동양 - 여성성' 으로 바뀌는 것, 이것이 바로 '몸의 정치' 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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