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콘서트’ 아직도 못 보셨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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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천원의 콘서트 1주년 기념공연 때 여성 4인조 퓨전현악그룹 ‘에카’ 모습. 아래 사진은 같은 달 ‘아츠’ 단원들의 중국 CCTV 공개방송. [아츠 제공]

평균 경쟁률 3대 1.

천안시가 200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인 ‘천원의 콘서트’를 보려면 3대 1의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저 예산 고 품격 공연문화를 모토로 홍보 전단 한 장 뿌리지 않고 연인원 관람객 1만8000명을 불러 모았다. 1000여명이 볼 수 있는 공연에 매회 2500~3000여명이 관람 신청을 하는 등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관람 신청이 줄을 이으면서 추첨을 통해 당첨된 관람객만 공연을 볼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천원의 콘서트는 음악, 무용, 연극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30여 개의 다양한 공연예술을 선보였다. 덕분에 경쟁을 뚫고 객석을 차지한 시민들은 행복했다.

신종플루 확산 우려로 9월부터 연말까지 공연이 취소된 상태라 아쉬워하는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천안시는 이 기회에 내년도 천원의 콘서트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계획이다.

◆최고의 공연을 천원에?=천원의 콘서트는 2007년 말 공연기획자인 김보성(문화사회적기업 ‘아츠’ 단장)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천안시는 이듬해 1월부터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시민문화의 날’로 정하고 브랜드 공연인 천원의 콘서트를 시작했다. 시민들은 대도시를 찾아가지 않아도 단돈 1000원에 다양하고 품격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입 소문만으로 매달 수 천명 몰려=‘1000원짜리 공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천원의 콘서트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통념을 깨고 첫 회 공연부터 관람객을 매료시켰다. 수준 높고 열정적인 무대는 시민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입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공연 수준만 유지한다면 특별한 홍보 없이도 관람객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가족, 직장동료, 청소년, 동아리 회원 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천원의 콘서트 공연장을 찾았다.

◆장르 구분 없는 다양한 무대=천원의 콘서트는 지난 2년여 동안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였다. 2008년 1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천원의 콘서트 무대에 오른 공연예술 장르가 30여 가지에 이른다. 팝페라, 드로잉쇼, 라틴댄스, 에니메이션, 국악, 뮤지컬, 힙합, 재즈, 오케스트라, 오페라 등 매달 내용을 달리하면서 관람객을 유인했다. 매니어 층이 생기면서 천원의 콘서트는 이제 유명 예술인들이 서로 무대에 서기 위해 경쟁을 할 만큼 유명세를 얻고 있다.

◆진화하는 천원의 콘서트=9월부터 신종플루 확산을 우려해 천원의 콘서트가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천안시는 내년도부터 좀 더 진화한 천원의 콘서트를 선보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지역 예술인들과 실력 있는 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확대할 계획이다. 또 공연 목적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실력있는 예술인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예술성과 대중성 있는 공연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들이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사전 좌석 선택제와 인터넷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전화신청을 병행해 정착시킬 계획이다. 천원의 콘서트는 두꺼운 관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천안시는 이들 문화 향수층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층 더 공연 수준 높은 천원의 콘서트를 구상하고 있다.

장찬우 기자

사회적 기업 ‘아츠’ 김보성 단장 천안을 넘어 세계로 정열 쏟는다

문화사회적기업 ‘아츠’를 이끌고 있는 김보성(37) 단장은 지난 2007년 말 천안시에 ‘천원의 콘서트’를 제안하고 키워낸 장본인이다.

김 단장은 천안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아츠’를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단체로 만들어 나간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워 놓았다.

-‘아츠’에 대해 소개해 달라.

“국내 모 기업에서 문화기획 일을 하다 5년 전에 고향인 천안에 내려와 공연예술팀 ‘아츠’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 예술축제를 가지고 있는 도시들 대부분이 인구 20만~30만 정도의 중소도시다. 천안도 못할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천안시민들은 이미 수준 있는 공연예술을 즐길만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천안시에 천원의 콘서트를 제안하고 운영해 오다 지난 6월에 노동부로부터 문화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현재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상임단원 20여명 모두가 4대 보험에 가입된 정규직으로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천원의 콘서트 성공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 것도 관람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됐다. 천안시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몫 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당초 공연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동안 아츠는 어떤 활동을 해왔나.

“천원의 콘서트 외에도 다양한 공연활동을 해왔다. 문화소외지역과 학교, 병원, 지하철 등 문화수요 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서해안 지역 돕기 콘서트도 했다. 고교를 돌며 진행한 고2 콘서트는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문화사회적기업인 아츠는 사업 이익의 70%는 사회에 환원한다. 앞으로는 천원의 콘서트와 연계해 다문화가정을 위한 콘서트나 태교콘서트, 티타임콘서트 등을 해볼 예정이다. 또 상임예술단이 없는 시·군을 찾아 다니는 공연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활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20여명인 단원도 50명까지 늘여 나갈 계획이다. 천안을 넘어 전국,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공연예술단체로 발전해가는 게 목표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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