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일요스페셜' 핵폭탄 개발자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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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미국이 핵개발을 포기한다고 선언하십시오. 핵무기는 인류문명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했던 한스 베테 (93)가 지난 97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다. 1945년 미국의 원폭개발 참여자 중 얼마 안 되는 생존자인 그는 KBS '일요스페셜' 취재팀과 인터뷰에서 회고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을 생각했다. 무기개발에서 성공하는 쪽이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 5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생각이 1백80도 바뀐 것이다.

KBS1 '일요스페셜' 이 핵문제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밀착취재한 '핵, 인류는 통제할 것인가' (27일 밤8시) 를 내보낸다.

21세기를 앞둔 지금 과연 인류는 핵문제를 해결하고 상호 평화롭게 공존하는 체제를 만들 수 있을지 질문한다. 핵을 다룬 프로는 전에도 다수 있었지만 이번엔 각국 핵전문가를 다수 인터뷰하며 그들의 육성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해 관심을 끈다.

수소폭탄을 첫 개발한 사하로프 박사의 술회. "당시 러시아는 핵을 독점한 미국을 우려해 하루 속히 핵무기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 프로그램은 핵실험으로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미국 인디언 마을에서 시작한다.

1945년 '맨해턴 프로젝트' 란 이름으로 진행됐던 미국 뉴멕시코 트리니티 핵실험장을 국내 처음으로 답사했다. 계속되는 각국의 핵개발 상황, 그리고 각국의 경쟁적 핵실험이 빚어낸 수많은 폐해.참사들. 지난 94년 북한의 영변 핵문제로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몰렸던 한반도 상황도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

문제는 이런 자성의 목소리에도 중국.인도.프랑스.파키스탄 등 각국의 핵개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러시아.미국에서 핵무기나 원료가 여러 통로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간다.

미국의 핵확산 반대정책에 숨겨진 모순도 분석된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도 핵에 관한 한 가장 불안정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20세기의 괴물 핵무기를 안고 우리는 21세기로 갑니다. 지금부터 이 괴물을 없애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 이도경 PD의 결론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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