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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3사, 여름밤의 채널전쟁…새 월화드라마 선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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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깊은 잠을 이루기가 힘겨워지는 시기다. 지표를 데우는 무더위로 심신이 지치기 쉬운 요즘, 뭔가 재미있는 것은 없을까. 이런 시청자를 겨냥해 방송3사가 한 주일을 여는 월.화요일에 한밤의 드라마 격돌을 벌인다. 각기 다른 소재와 주제로 시청자 끌어들이기 경쟁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스타트는 KBS가 끊는다. 28일부터 2TV를 통해 간판 프로 '전설의 고향' (밤 9시50분) 99년판을 내보낸다. 방영편수는 12편. 세트를 활용한 기존의 제작방식을 사양하고 야외에서 대부분의 작업이 이뤄졌다. 또한 사전제작 개념을 도입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난 겨울부터 촬영에 들어가 현재 마무리에 한창이다.

'구미호Ⅲ' 등 괴기.공포물도 있지만 99년판 '전설의 고향' 특징은 소재의 다양화. 100% 귀신물이었던 종래의 제작경향에서 탈피했다. 예컨대 28일 방영될 제1화 '신조' (神鳥) 는 홍콩 무술영화를 연상케할 것이라는 제작진의 설명. 고대 신화시대를 배경으로 고구려와 중국 한나라의 세력대결을 묘사한 작품이다.

다음달 13일 예정인 '오세암' 은 어린 동자의 죽음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되는 수도승의 득도과정이 겨울 눈밭을 중심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음달 12일에는 MBC와 SBS가 정면으로 맞붙는다. 각각 '왕초' 와 '은실이' 의 후속편인 '마지막 전쟁' 과 '고스트' 16부작을 준비했다.

'전설의 고향' 이 옛날 귀신 얘기라면 SBS '고스트' 는 현대판 귀신 얘기. '모래시계' 김종학 감독이 지휘해 오래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제작비만 20여억원. 편당 1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자칫 무겁게 진지해질 수 있는 귀신 드라마의 정형성을 깨고 우스꽝스런 인물설정과 현대판 귀신으로 신세대들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신참 강력계 형사 장대협 (장동건) 과 선천적으로 영적인 능력을 타고난 차달식 (김민종) 이 인간을 타락시키고 어두운 종말로 이끌어가는 각종 악령들과 맞서 나가는 것이 작품의 골격.

대협의 약혼녀로 등장하나 결국 피살당하고 나중에 인터넷 신문사 사장 겸 기자로 환생하는 명세빈의 1인 2역도 관심거리. '전설의 고향' 을 능가하는 특수영상을 동원해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반면 MBC는 코믹 멜로 드라마 '마지막 전쟁' 에 승부를 건다. 영화 '장미의 전쟁' 이나 '마누라 죽이기' 를 연상케 하듯 30대 부부의 갈등이 주제다. 상큼했던 사랑을 이젠 앨범 속에서나 기억해야 하는 부부싸움을 그린 밝은 분위기의 드라마다.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아내는 남편과 아이를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남은 것은 상대방에 대한 환멸과 지리한 일상뿐.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성격에 결혼정보업체를 근근이 끌어가는 남편과, 상냥하고 당당한 성격의 여변호사 아내로 강남길과 심혜진이 캐스팅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세 드라마의 타깃 연령층이 각각 다르다는 점. '전설의 고향' 은 주로 10대나 장년층을, '고스트' 는 10~20대를, '마지막 전쟁' 은 30~40대를 겨냥한다. 채널을 잡아두기 위한 가족간 리모컨 전쟁이 예상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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