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 하토야마 첫 정상회담 … “미래지향적 관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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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뉴욕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민주당 대표였던 하토야마 총리를 청와대에서 만났지만, 총리 취임 후엔 이날 회담이 첫 만남이다. 회담은 35분간 계속됐다.

이 대통령은 일본 정권교체를 계기로 싹트고 있는 한·일 관계의 변화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는 “양국이 서로 신뢰하고 가장 가까운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노력해 나가자”며 “하토야마 총리는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하시리라 기대하고, 나도 그런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가장 가깝고 중요한 나라”라고 말문을 연 하토야마 총리는 “우리 민주당 새 정권은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가지고 있다”며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만큼 양국 간 문제뿐 아니라 세계와 아시아 문제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해서 서로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일본 천황(일왕)의 내년 방한으로 과거사의 종지부를 찍자”(9월 15일 연합뉴스 인터뷰)는 한국 대통령과, 아시아 중시 외교를 천명한 일본 총리가 첫 만남부터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분위기를 잡아나간 것이다. 일왕 방한 문제에 대한 하토야마 총리의 언급은 이날 회담에선 없었지만, 향후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 방향의 화답이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이웃나라로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은 저지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바람직하지만 필요하다면 제재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금 북한이 유화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국제사회가 공조해서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근본적으로 핵을 포기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담 말미에 이 대통령은 ‘한류팬’으로 유명한 하토야마 총리의 부인 미유키 여사를 화제로 올렸다. 미유키 여사가 지난 20일 도쿄 긴자거리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에서 축사를 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은 “보도가 크게 됐다. 양국 민간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한국에선 나보다 아내가 더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는 조크로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한·덴마크, 한·호주 정상회담 등을 소화한 뒤 G20 금융정상회의(24~25일)가 열리는 피츠버그로 이동했다.

◆일본, 일왕 방한에 신중론=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궁내청 하케다 신고(羽毛田信吾) 장관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방일 요청에 대한 보도를 들었지만, 우선 외무성을 중심으로 정부 내에서 검토할 것이며 궁내청 단독으로 견해를 밝힐 순 없다”며 “일반적으로 양 폐하(일왕 부부)의 외국 방문은 국제적인 현안 및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왕의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의 이 같은 견해는 일왕의 방한에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일왕이 내년에 방한하면 양국 관계 개선에 큰 의미가 있다며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뉴욕=서승욱 기자,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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