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계기로 본 위치측정기술의 발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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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북한군의 서해안 북방한계선 (NLL) 침범에 따른 충돌 소식에 문득 생기는 궁금증. 아무 표적이나 부표, 철조망이 없는 망망대해에서 어떻게 NLL 침범이나 영해 침범 여부를 알 수 있을까. 이것 역시 기술의 발달이 올린 개가다.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와 레이더의 발달로 정확한 위치측정이 가능해진 것. 인공위성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자신의 현 위치를 알려주는 GPS는 현재 1백만원대에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GPS는 80년대부터 군사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해 이젠 웬만한 어선에 모두 장착돼 있다. GPS로 위도와 경도에 따른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후 상대방의 위치와 방향을 레이더로 알아낸다.

레이더의 근본원리는 전파가 목표물에 부딪혀 내는 반사파로 목표물의 존재를 탐지하는 것. 따라서 목표물을 설정하면 자신이 목표물에 얼마나 어느 방향으로 떨어져 있는지 몇m단위 오차 내로 알 수 있다.

D (Differential) GPS는 GPS로 알아낸 자신의 위치에 오차가 50m 정도 있는 것을 보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치. 육상에 설치해놓은 전파발생장치에서 쏜 고주파를 받아 GPS의 오차범위를 5m정도로 줄일 수 있다.

해양연구소 공학센터 이경인 (李敬仁) 실장은 "해양연구소에서 쓰는 해양탐사나 조사 목적의 선박들은 정확한 위치 측정이 필수적이라 DGPS를 사용한다. 군사용 선박들도 DGPS를 쓰고 있을 것" 이라고 말한다.

레이더가 군사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30년대. 레이더가 있기 전에도 바다 위에 떠있는 배가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았다.

별이 떠 있는 위치와 나침반.해도 (海圖).각도기.천체와 수평선 사이의 각도를 재는 육분의 (六分儀) 등을 사용해 알아냈던 것. 문제는 상대편 배가 어디에 있는 지의 여부.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 경계를 서며 상대편 배가 얼마나 접근했는지를 선원의 눈대중으로 어림짐작할 수 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당시 영해의 오차가 1㎞는 됐을 것" 으로 추측한다. 요즘 와서 영해 침범 문제가 첨예화 된 것도 결국 과학의 산물인 셈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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