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15. 導引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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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도인체조' 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대개 '도인이 하는 체조' 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것은 '도인 (道人)' 과 '도인 (導引)' 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잘못이다.

우리말발음은 비록 같을지라도 전자와 후자는 전혀 뜻이 다르다.

전자의 도인은 도 (道) 를 닦는 사람 (人) 또는 도사 (道士) 를 뜻한다.

그러나 후자의 도인은 수련방법을 뜻하는 것이다.

도인의 수련방법과 원리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구태여 체조라는 말을 덧붙여 도인체조라고 부를 까닭도 없다.

도인과 체조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옛문헌에 보면 도인의 '도 (導)' 는 '도기령화 (導氣令和)' 즉 기 (氣) 를 이끌어 (導) 고르게 (和) 하는 것 (令) 을 뜻한다고 쓰여 있다.

그리고 ''인 (引)' 은 '인체령유 (引體令柔)' 즉 몸 (體) 을 길게 뻗어 (引) 부드럽게 (柔) 하는 것 (令) 을 나타내는 글자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것은 도인이란 기 (호흡) 와 몸동작을 일치시키는 수련방법임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수련할 때 호흡과 몸동작을 일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의 전통선도에선 그 원리를 간단하게 여덟 글자로 설명하고 있다.

'승개후흡 (昇開後吸)' 과 '강합전호 (降合前呼)' 가 그것이다.

승개후흡은 들숨과 일치시켜야 할 몸동작을 말하는 것이고, 강합전호는 날숨과 일치시켜야 할 몸동작을 일컫는 것이다.

'승' 은 위를 향해 몸이나 팔을 올리는 동작을 상징하는 글자다.

'개' 는 팔을 벌리거나 가슴을 펴는 동작을 말한다.

그리고 '후' 는 몸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뜻한다.

'흡' 은 들숨이다.

'강' 은 선 자세에서 무릎을 구부리거나 팔을 아래로 내리는 동작을 나타내는 글자다.

'합' 은 손바닥을 마주해서 합치거나 가슴을 오므리는 동작을 뜻하고 '전' 은 몸을 앞으로 수그리는 동작을 일컫는다.

'호' 는 날숨이다.

도인할 때 틀리게 해서는 안된다.

물론 몸동작을 아무렇게나 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호흡과 들어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호흡과 동작을 일치시킬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리에 맞지 않는 호흡과 동작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뿐이다.

일부 수련장에서는 이런 원리와는 달리 힘을 쓸 때나 팔을 뻗을 때 '호' 즉 날숨을 하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이것은 무술 (武術) 을 연공할 때의 호흡동작임을 알아야 한다.

이규행 <언론인.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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