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휴일 서해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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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경비정이 13일 1주일째 서해 연평도 앞바다를 침범, 긴장의 파고가 계속되고 있다.

◇ 계속되는 넘나들기 = 13일에도 북한 경비정과 어선은 연평도 서방 10㎞ 해상 NLL을 넘나들었다.

오전 6시10분쯤 북한 어선 8척이 NLL 남쪽 1.5㎞까지 넘어온 데 이어 오전 6시20분부터 북한 경비정 4척이 침범했다.

우리 해군 고속정의 위치는 NLL 남쪽 10㎞ 지점. 해군 고속정이 해상질주를 하며 퇴각을 종용하자 오전 8시50분쯤 북쪽으로 돌아갔다. 10분 뒤에 어선 3척도 물러갔다.

그러나 북한은 오전 11시부터 경비정 수를 7척으로 늘려 또다시 NLL 남쪽 1.5㎞까지 침범해 우리 해군과 대치를 계속했다.

해군은 북한 경비정의 추가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고속정 10여척을 경비정에 근접 배치했다.

그리고 돌발상황 발생 때 화력 지원을 위해 NLL 남쪽 40㎞ 해역에 2함대사령부 소속 초계함.호위함을 주둔시킨 데 이어 4천t급 해군 구조함을 작전지역에 투입하기로 결정.

합참 관계자는 "투입되는 함정은 잠수함 구조함으로 전투함이 아닌 만큼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도 '무력 시위' 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주말 발동된 전군 비상경계령에 따라 국방부.합참 전 직원이 나와 서해안 대치상황은 물론 북한군의 모든 움직임을 추적.감시했다.

이에 앞서 12일 안개가 걷힌 오전 10시40분 북한 경비정 4척이 NLL을 넘은 것을 시작으로 4~8척이 오후 8시40분까지 NLL을 수시로 넘나들었다.

◇ 장성급 회담 = 13일 오후 북한이 유엔사의 장성급 회담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달되자 국방부는 "이번 사태가 해결의 국면으로 전환되는 조짐" 이라고 일단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북측이 회담을 통해 'NLL 무력화' 를 제기할지 모른다며 북측의 교묘한 의도를 분석하는 모습. 이에 따라 국방부는 "NLL은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확인된 바 있으며 북측의 NLL 침범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는 내용의 국방부 대변인 성명을 긴급 발표.

◇ 국방부장관 격려 방문 = 조성태 (趙成台) 국방부장관은 12일 오후 인천 해군 2함대사령부를 방문, 북한 경비정의 영해침범 상황을 보고받고 지휘관과 장병을 격려.

趙장관은 작전지휘소에 들러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선제공격이나 오발로 상황이 국지전 (局地戰) 이나 전면전으로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며 "하지만 북측이 먼저 공격할 경우 즉각 대응, 피해를 최소화하라" 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2함대사령부 인근 2전단을 찾아 북한 경비정과의 충돌작전 뒤 수리를 위해 정박 중인 1백50t급 고속정 '참수리 328호' 에 올라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 고속정은 수리를 마치고 이날 오후 6시 다시 현지로 출발했다.

◇ 북한 경비정의 박치기 보복 실패 = 북한 경비정들은 우리 해군의 '충돌식 밀어내기' 에 대한 앙갚음을 시도했던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해군 관계자는 이날 "12일 서해 연평도 서쪽 NLL 남방 완충지역까지 남하한 북한 경비정 4척이 각개전투식으로 우리 해군 고속정을 향해 전속력으로 충돌을 시도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 중 2척은 무리하게 속력을 올리다 기관고장을 일으켰고, 나머지 2척은 기동력이 상대적으로 뒤져 우리 고속정이 재빨리 피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북한 경비정들은 보복공격이 실패하자 곧바로 NLL 남방 1~3㎞ 지점으로 퇴각했다.

이양수.최상연.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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