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조훈현-최규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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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안개속 반상 중앙, 언젠간 큰 싸움터로

제2보 (21~45) =23으로 허리를 가르며 들어간다. 흑로 두텁게 둘 때부터 노리던 습격이다. 우변에선 흑이 약간 실점했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싸움은 흑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므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崔9단은 보고 있다.

24.1분여 만에 움직여 나왔다. 백 한 점을 버리고 둘 수도 있으나 曺9단은 여간해선 돌을 버리지 않는 타입이다. 더구나 전투에 자신있는 曺9단은 24로부터 흑을 분단해두면 언젠가 그 효과가 막대하리라 믿고 있다.

25는 8분. 힘 좋은 崔9단이 서서히 시동을 건다. 그 곳을 향해 4개의 미생마가 지축을 울리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직감하고 있다. 이 싸움은 아주 큰 싸움이 될 것이다.

26은 빠르다. '붙이면 젖혀라' 가 기훈 (棋訓) 이지만 지금은 수적으로 백이 열세이므로 정면승부는 안된다. 삼십육계가 우선이며 그것도 가볍고 빨라야 한다. 27은 12분의 장고. 중앙을 노리며 27, 29로 압박해가는 호흡이 아주 좋다.

曺9단이 32로 달아나며 오른쪽 흑을 위협했을 때 검토실의 정대상7단이 '참고도' 흑1의 강수를 제시한다. 백2로 포위하면 개의치 않고 3으로 귀를 접수해버린다는 것. 흑 석점이 더 크지 않으냐고 묻자 "그게 잘 죽습니까" 하고 반문한다.

배짱 좋은 鄭7단다운 수법이지만 임선근9단은 "귀도 확실히 죽은 건 아니다" 며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45에서 전투는 잠시 휴전에 들어갔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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