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뒤끝 계속된 기침 천식의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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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감기 뒤끝 기침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병.의원마다 초여름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기침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삼성동 유내과 유승익 (劉勝翼) 원장은 "대부분 일교차가 심했던 5월에 감기걸렸던 사람들" 이라며 "열도 내리고 콧물도 멈추었는데 유독 기침만 심한 것이 특징" 이라고 말했다.

이때 기침은 가래가 섞이지 않은 마른 기침인 것이 특징. 콜록거리는 증상이 발작적으로 나타나며 특히 밤에 심해 잠을 못 이루기 일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유행하는 마른 기침이 감기와 무관함을 강조한다.

감기는 처음 기침을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만 할 뿐 실제 기침이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다른 질환이 숨어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趙相憲) 교수는 "감기 바이러스로 인한 기침은 길어도 3주" 라며 "최근 유행하는 3주 이상 지속하는 기침은 기침이형 천식일 가능성이 많다" 고 강조했다.

기침이형 천식이란 마른 기침을 주요증상으로 하는 천식의 일종. 체질적으로 과민한 기관지를 지닌 사람에게 자동차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이 겹쳐 발생한다.

문제는 호흡곤란과 함께 숨을 쌕쌕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천식과 다소 차이가 나 감기로 오인하는 수가 많다는 것. 기침이형 천식으로 판명되면 기관지 확장제나 스테로이드를 코에 분무하는 것이 치료법. 일반 감기 치료법과는 사뭇 다르다.

따라서 감기는 나았는데 기침만 3주 이상 계속한다면 기침이형 천식 여부를 살펴봐야한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도입한 캡사이신 검사는 기침이형 천식을 알아보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사진참조)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을 희석시켜 기관지에 분무해 기침이 유발되는지 살펴보는 검사법. 趙교수는 "메타콜린검사 등 기존 천식검사법으로는 기침이형 천식을 찾아낼 수 없으나 캡사이신 검사를 통해서는 진단이 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최근 개최된 알레르기학회에서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유영 (金有瑩) 교수팀은 "기존 검사법으로 놓친 기침이형 천식 환자 29명을 캡사이신 검사로 찾아냈으며 이들에게 천식치료를 한 결과 20명에게서 효과가 나타났다" 고 발표했다.

기침발작을 일으키는 환경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햇살이 점점 강렬해지면서 최근 서울 등 대도시에는 잇따라 오존주의보가 내려 지고 있으므로 대낮 도심지역에서 과도한 육체활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국내 오존주의보의 기준농도는 0.12.그러나 기관지가 예민한 사람은 0.05에서도 기침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운동종목도 가려야 한다.

노원을지병원 호흡기내과 안영수 (安榮洙) 교수는 "기침이형 천식 등 기관지가 예민한 사람은 조깅처럼 달리는 운동보다 기관지를 자극하지 않는 수영을 할 것" 을 권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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