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Y모자 회장에게 두 번 걸쳐 1000만원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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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국회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 민주당 최재성 의원,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왼쪽부터)이 질문하고 있다. 정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틀간 진행된다. 안성식 기자·[연합뉴스]·[뉴시스]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21일 청문회에서 도덕성 의혹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정 후보자의 병역면제 경위를 끈질기게 추궁했다. 백 의원은 “후보자가 1970년 12월 15일 마이애미대학에 입학 원서를 쓸 때는 아직 병역 면제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인데 왜 원서에 병역 면제라고 썼느냐”고 따졌다. 백 의원은 “71년 출국한 뒤 78년 귀국할 때까지 줄곧 미국에 머물렀고 심지어 73년 모친이 사망했는데도 귀국하지 않았다”며 “귀국하면 병역의무 미필로 출국금지가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입학원서에 적는 병적사항은 미국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어서 나는 ‘해당사항 없음’으로 적는 게 옳았겠지만 달리 적당한 표현을 몰라 면제라고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 모친 사망 시 귀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당시 비행기표는 유학 가기 전 한국은행에 다니면서 받았던 월급을 다 합친 것과 큰 차이 없을 정도로 비싸 올 엄두를 못 냈다”고 말했다.

소득세 탈루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데도 지난 3년 동안 금융자산이 3억2000만원이나 증가했다”고 추궁했다. 정 후보자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외국에서 강연이나 세미나를 해서 수입이 상당히 있었으나 양국 간 이중과세 방지협약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소득 신고를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소득신고가 누락된 것을 발견하고 오늘 아침 1000만원가량 세금을 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 의원은 “Y모자의 회장이 용돈을 줬다던데 얼마나 받았느냐”고 물었다. 정 후보자는 “외국에 갈 때 ‘궁핍하게 살지 말라’며 준 소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계속되는 추궁에 정 후보자는 “그분과는 형제 같은 사이”라며 “특별히 저를 좋게 생각해 주셔서 지난해 두 번에 걸쳐 1000만원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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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백 의원은 “국민은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에 이어 정 후보자도 스폰서 총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몰아세웠고, 최재성 의원은 “1000만원을 소액이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자는 “생각 없이 행동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최 의원은 “정 후보자는 YES24에서 1년10개월 동안 1억원에 가까운 급료를 받아 이름만 고문이지, 사실상 정규 직원이었다”며 “전임 서울대 이기준 총장이 모 그룹의 사외이사로 1억여원을 받아 낙마한 사례와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급여가 아니라 고문료이며, 사외이사는 대학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고문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했다.

 김정하·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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