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땅위에 선 자들아
오월 강가에 선
이 저녁의 그리움들아
바람에게 경배하라
장미는 향기를 타고
나무는 씨앗을 타고 나무에게 간다
저 바람 속으로
은빛 실을 풀어놓는 거미를
거미는 그 허공의 비단길을 걸어서
그리운 거미에게로 간다
- 유하 (36) '바람에게 경배하라' 전문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라는 발레리의 명구가 있다.
신이 없는 시대의 한쪽에서 여전히 신을 외치는 시대에 그런 신 말고 바람을 경배할 이유가 있다.
바람결에 거미줄이 날리며 거미가 가는 삶의 행로는 짜릿하다.
바람결의 장미향기, 풀씨 나무씨의 행로와 함께 '존재의 확대' 를 이룬다.
세상은 아직도 구원의 장소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