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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몽골과 몽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몽골은 용맹스러움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몽골공화국은 몽고 (蒙古) 로 곧잘 통용돼 왔다.

그러나 몽골인들은 그들이 '몽고' 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몽고' 는 옛 중국인들이 북방의 골칫거리 족속으로 낮춰 부른 말이기 때문이다.

몽고의 '몽' 이란 한자가 무지몽매함을 뜻하는 '蒙' 으로 표기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몽골인들에 앞서 중국대륙을 노략질했던 북방의 유목기마민족을 '흉노' (匈奴) 로 불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칭기즈칸의 몽골제국 이후 중앙아시아는 '역사의 망각지대' 로 묻혔다.

12세기 숱한 문화들을 말발굽에 묻고 먼지구름과 함께 사라지면서 이들은 무지몽매했던 옛 족속 '몽고' 로 잊혀져온 것이다.

그 몽골이 국제사회로 되돌아오고 있다.

70년동안의 공산주의를 뒤로 하고 민주화와 개방의 험난한 고갯길을 오르고 있다.

몽골이 개방되면서 이 지역은 세계 고고학계의 가장 가슴 설레는 뉴 프런티어로 떠올랐다.

최대의 보고 (寶庫) 는 칭기즈칸의 무덤을 찾는 일이다.

칭기즈칸은 후세인들이 무덤을 못찾도록 묻힌 후 무덤을 만든 2천병사들을 모두 죽이도록 했고, 이들을 죽인 병사들 역시 다른 병사들이 죽이도록 했다는 전설만 내려온다.

더구나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칭기즈칸은 천년대 (1001년에서 1999년까지)에서 가장 중요한 '밀레니엄 인물' 로 '부활' 했다.

그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정복자였고, 병사들을 10명, 1백명, 1천명 단위로 군대조직에 십진법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를 '밀레니엄 인물' 로 뽑은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그가 세계를 좁혀놓았으며, 인터넷이 발명되기 7세기 전에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새 경지를 연 인물로 새롭게 평가한다.

동.서 문명간의 연결고리가 됐고, 특히 유럽에 흑사병 전파로 3분의1이 죽어나감으로써 개인노동력의 가치를 일깨워 봉건제도의 몰락을 결과했다고 한다.

역사는 성인 (聖人) 이나 천재 또는 해방운동가들만이 아니고 야수성을 가진 돈키호테 같은 인물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는 산 표본이 칭기즈칸이라는 얘기다.

그의 말발굽을 항몽 (抗蒙) 정책으로 버텨온 우리로서는 그 옛날의 기억이 유쾌할 리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옛 몽고가 아닌 오늘의 몽골이다.

90년 수교 이후 우리 정부는 무상원조와 교역을 병행하며 미래의 자원협력파트너로 공을 들이고 있다.

몽골인들의 90%는 우리와 뿌리가 같아 한방병원을 지어주는 방안도 검토되는 모양이다.

이번 대통령의 첫 방문은 옛 '악몽' (惡蒙) 의 부활이 아닌, 몽골의 새로운 발견에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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