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미술'전 여는 금호미술관 박강자 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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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입시추위' 만큼이나 '입시미술' 역시 우리의 특수하고 서글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단어다.

석고 데생과 정물화 그리기. 미대에 진학하기 위해 거의 한명도 빠짐없이 이 '베껴 그리기' 라는 통조림 공장같은 코스를 걷는다.

결과는 심각한 창의력 부재. 금호미술관 박강자 (58) 관장은 여기에 조그만 대안으로 '열린 미술' 을 제안했다.

금호미술관은 "미술관에서만큼은 미술대회나 미술학원을 잊게 하자" 는 취지로 26일부터 중.고등학생 작품을 전시하는 '열린 미술' 전을 연다.

"우리 학생들은 오랫동안 '과정' 없이 '결과' 만 있는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입시를 위해 주입식 미술교육만 받다 보니 스스로 느끼고 고민하는 창의력이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미술교육은 학생들의 가능성을 열려 있는 상태로 보고 그 소질을 계발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광주시 중앙중.중앙여고.금파공고.금호고 등 4개 학교 학생들이 평소 자유롭게 제작한 회화.드로잉.조각 작품을 지하 전시장에 건다.

입시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육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서예작품도 눈에 띈다.

특히 중앙여고 학생 1백5명이 각자의 얼굴을 그린 '내 얼굴' 은 솜씨도 솜씨지만 요즘 학생들의 관심이 순수미술뿐 아니라 대중문화인 만화로 기울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는 금호미술관은 앞으로 매해 '열린 미술' 전을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6월 6일까지. 02 - 720 - 5114.

글 = 기선민, 사진 =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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