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레스토랑 겸업 늘어…'감상 해친다' 비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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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화랑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가나아트센터의 '빌' 을 필두로 한 이 '일석이조' 바람은 올초 IMF 불황 타개책의 하나로 '더 레스토랑' 을 연 국제화랑으로 이어졌다.

또 지난 22일엔 전직 방송인 이승신씨가 종로구 필운동에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겸한 '더 소호' (02 - 722 - 1999) 를 내면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일단 이들 화랑은 "그림을 보러 온 고객이 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 는 애초 취지에 무색치 않게 미술계 인사들이 모여드는 '화랑가의 명소' 가 돼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의 화랑 밀집 지역인 소호에서 이름을 딴 '더 소호' 의 개관은 20년 넘게 미국 생활을 하면서 이씨가 수집한 피카소.샤갈.르느와르.드가 등 유명 화가들의 회화와 판화.도자기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식당 운영도 좋지만 레스토랑 때문에 본 업무인 전시를 방해받는 '주객전도' 현상은 자주 불거지는 문제다.

화랑과 식당이 붙어 있기 때문에 음식 냄새가 전시장까지 흘러 들어오고 공간이 좁은 화랑의 경우 주방에서 나는 각종 소음 때문에 감상 분위기를 해치는 일까지 일어난다.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전시장의 하나인 찰스 앤젤하트 갤러리 구석을 헐어 2002년 가을 식당을 열기로 결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는 미술품과 음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 를 요리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시사해준다.

또 "일반 관람객에게 부담감을 갖게 하는 고가의 레스토랑은 미술 대중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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