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올림픽 한국선수단 파이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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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이 또 양궁을 지배했다." 2004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나란히 금.은메달을 목에 걸자 외신들이 일제히 쏟아낸 찬사다. 1984년 첫 우승 후 계속된 여자 양궁 6연패는 정말로 극찬이 아깝지 않은 쾌거다. 그 순간 국민들은 온갖 잡사와 시름을 깡그리 잊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남해안과 강원 일부 지역을 강타한 태풍 메기의 위협과 며칠 전까지 잠을 못 이루게 한 열대야의 고통, 친일 활동을 한 아버지를 둔 여당 인사의 거짓말과 위선적인 행동 등등….

아테네 여름 올림픽의 의미는 매우 크다. 제1회 대회가 열렸던 신(神)들의 도시에서 108년 만에 다시 개최됐다는 점이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출범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202개 전체 회원국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의 충돌로 비롯된 테러 공포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갈등과 알력과 증오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지구촌의 건각들이 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여전히 인류의 앞날에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특히 시드니 올림픽에서처럼 남북한 선수단이 똑같은 옷을 입고 대형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함으로써 화해와 평화의 의지를 전 세계에 피력했다고 자부할 만하다. 게다가 IOC가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 때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고 하니 스포츠를 통한 남북 협력은 한층 더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뭐니뭐니 해도 올림픽의 즐거움은 우리 선수들의 선전(善戰)을 지켜보는 일이다. 6시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밤잠을 설치면서 태극 마크를 응원하고 열광하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56년 만에 8강에 진출한 축구와 사상 첫 체조 남자의 은.동메달 획득, 한국 사격 사상 트랩 종목 여자 첫 은.동메달, 하나같이 박수를 그칠 수 없는 감동스러운 장면들이었다. 앞으로 10일 더 올림픽의 성화는 타오른다. 금메달 소식이 매일 이어지길 바라면서 한국 선수들의 건투를 빈다. 아울러 올림픽이 테러에 물들지 않고 평화롭게 끝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