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6.3 쟁점 돌출…한나라 '중앙당 개입'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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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별다른 이슈없이 조용히 진행되던 6.3 재선거가 21일 한나라당의 '중앙당 개입 불가피' 선언을 계기로 과열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이에 즉각 비판에 나서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이 입장을 전환한 것은 재선거가 시작됐는데도 도무지 바람이 일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근본 원인을 "李후보의 공명선거 의지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중앙당 개입자제 방침에 스스로 발이 묶여 활동이 위축됐기 때문" 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당의 선거전략에 휘말려든 것" 이란 자체비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박근혜 (朴槿惠) 부총재를 포함한 의원 16명의 선거운동원 등록이 중앙당 불개입원칙 때문에 좌절됐다.

의원 부인들을 전화부대로 동원하려던 계획도 무산된 상태다.

서울 송파갑의 경우는 그래도 낫다.

눈도장을 찍으려는 의원.당직자들로 북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 계양 - 강화갑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안상수 (安相洙) 후보는 "여기가 송파갑처럼 느긋한 줄 아느냐" 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비난여론을 무릅쓰면서도 신경식 (辛卿植) 총장은 "중앙당이 선거에서 손을 뗀다는 합의가 아니었다" 고 주장하고 나온 것이다.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여야 총장 합의 위반이라며 일제히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여권은 "한나라당의 태도변화가 예상밖으로 선거전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당황한 나머지 나온 악수 (惡手)" 로 규정했다.

아울러 "여당은 끝까지 불개입 원칙을 지키겠다" 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여기에는 중앙선관위와 시민단체가 한나라당의 방침 번복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한몫 했다.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이날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 주재의 긴급 구수회의가 끝난 뒤 "이제 와서 중앙당 개입을 선언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 지적했다.

국민회의는 李총재가 중앙당 불개입 방침을 밝혔던 어록과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의 브리핑 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한 뒤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중앙당 총력개입으로 선회한 것은 자기 모순.자기 배반" 이라고 공격했다.

자민련 이규양 (李圭陽)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합의 파기는 선거 패배 위기를 스스로 자인한 것" 이라며 "李총재는 선거풍토를 오염시키면서 당선되기보다 차라리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비난했다.

쟁점없던 재선에 '중앙당 개입' 문제가 새 이슈로 등장한 것이다.

이하경.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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