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세금 많이 내는 일본작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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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역사학자들이 가장 손에 넣고 싶어하는 자료 중 하나가 과거의 세금납부대장이다.

세금 납부실적만큼 그 시대의 윤곽을 뚜렷이 드러내 주는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일본 국세청이 발표한 '98년 고액납세자 통계자료' 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작가 (作家) 부문이다.

일본 국세청은 '국민의 문화적 자극을 위해' 매년 작가별 소득세 랭킹을 발표하고, 일본 언론들도 이를 비중 있게 취급한다.

지난해 1위는 2억5천1백96만엔을 납부한 니시무라 교타로 (西村京太郎)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가인 그는 한국 돈으로 25억원을 세금으로 낸 셈이다.

주옥같은 에세이로 독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수필가 아카가와 지로 (赤川次郎)가 1억9천만엔으로 그 뒤를 이었다.

프로 야구선수 중엔 이치로가 2억9천만엔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냈고, 탤런트로는 이시바시가 2억8천만엔을 내 수위를 차지했다.

가수 쪽에서는 가와무라가 3억6천만엔으로 1위. 이들을 제외하곤 일본의 배우. 탤런트. 가수.프로스포츠 선수 가운데 소설가 니시무라 만큼 많은 수입을 올린 경우는 없다.

책을 펴내 벌어들인 돈이 대중 인기스타의 수입과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바꿔 말하면 그만큼 일본 국민이 책을 많이 읽고 출판시장이 두텁다는 뜻이다.

불황 속에서도 좋은 책은 꾸준히 나가고 사랑을 받고 있다.

도쿄 (東京) 히비야 (日比谷) 공원 벤치에 드러누운 노숙자들이 두꺼운 책을 읽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대중문화가 범람하는 와중에서 일본열도 밑에는 탄탄한 문화의 뿌리가 뻗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일본 국세청 납세 통계자료에서도 다시 확인된 것이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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