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쁨] 전남 목포 덕인고 김철준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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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특수학교' 는 알아도 '재소자 검정고시반' 이라는 특수시설내의 교육장소가 있다는 것은 생소할 것이다.

나도 6년 전 목포교도소 재소자 정신교육 교화위원으로 활동 중 소내 검정고시반 교과교육을 제의받고서 알았다.

첫 수업시간에는 교과서 하나 변변치 못했고 더구나 선생님은 전무한 상태로 교도관들이 수고하고 있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실정을 파악한 나는 수차례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수집해 부족함이 없게 갖춰 놓았으나 학과교육은 선생님 추천이 여의치 않아 겨우 두 분을 모시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검정고시 전문교도소로 지정돼 본격적인 교육을 담당하게 된 교도소측이 학과교육 때문에 고민하면서 협조를 부탁해와 주변의 시.군 소재 중.고교 동료교사들에게 실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얻어 지금은 9개 고시 전과목의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며 반신반의했으나 "수업 후 그렇게 뜨거운 박수를 받아보기는 처음" "수업 분위기가 정말 진지했다" 며 한결같이 흐뭇한 표정이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40명으로 구성된 고시반은 자유도, 시간도, 교육자재도 여의치 않고 수업도 선생님들의 시간제약으로 시간표대로 진행될 수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전원 합격의 기쁨도 맛보았다.

학생들은 기필코 선생님들의 고마움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갇힌 몸일지라도 과거를 반성하고 내일을 준비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 사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세상에 죄 없는 자 있을까. 학교수업도 힘드는데 '또 다른 제자' 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시는 동료 선생님들께 마음속으로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드린다.

◇ 협찬 = ㈜한국문화진흥

전남 목포 덕인고 김철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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