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원조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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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가 원조 로데오 거리 - .' 서울 압구정동 (강남구).문정동 (송파구).목동 (양천구) 등지의 의류매장 밀집 상가들이 모두 '로데오 거리' 란 같은 이름을 내걸고 치열한 상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관할 구청들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며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로데오는 미국 로스앤젤리스 비버리힐즈에 있는 유명 패션거리 이름에서 따 온 것.

최초로 로데오란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선릉로.압구정로를 중심으로 한 압구정동 의류상가라는게 일반적인 평가.

80년대 중반부터 고급 의류매장이 들어서더니 80년대 말 90년대초 '오렌지족' 이 밀려들면서 패션타운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선릉로.압구정로 2백여m와 삼성로 양편 청담동에 1백20곳의 의류매장들이 '패션 1번지' 를 자처하고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92년께 형성되기 시작한 '문정동 로데오' .매장수는 압구정동과 비슷하지만 압구정동이 주로 고가의류를 판매하는데 비해 유명상표 할인점이 주축을 이룬다.

두 로데오는 지난 일본의 황금연휴 (4월28~5월5일) 를 맞아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코리아 그랜드세일' 에도 참여, 패션쇼.자동차 경주 시범.문화공연 등 이벤트를 열면서 '외국 손님 끌기' 에 열을 올렸다.

행사기간 중 문정동엔 4만여명, 압구정동엔 4천5백명의 외국인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압구정동측은 "고가의류가 많이 팔려 매출액으로는 우리가 우위" 라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서는 신정동에 위치한 '목동 로데오' 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할인매장 위주인 목동 로데오 상가번영회 오남근 회장은 "규모에서는 다소 처지지만 인천.부천.일산 지역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데다 각종 이벤트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발전 가능성은 크다" 고 말했다.

또 일부 상인들이 로데오 명칭을 사용하는 은평구 연신내 의류상가도 최근 상가조합을 결성하며 경쟁대열에 합류했다.

관할구청들의 지원경쟁도 뜨겁다.

송파구청은 문정동 로데오 거리에 외국인 전용 주차장을 만든데 이어 공연 등 문화행사를 되도록 이 지역에서 연다는 방침이다.

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특구 지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남구는 압구정 로데오 지역을 '차없는 거리' 로 만든다는 방침 아래 주민여론조사를 하는 중이다.

양천구는 이미 상가지역을 주말 차없는 거리로 만든데 이어 인근에 조성되는 홍익공원과 연계시켜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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