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로체 남벽, 주먹만한 돌들이 쉴새없이 떨어져

중앙일보

입력

속전속결 등반이다. 2009네파로체남벽원정대(NEPA·중앙일보 후원)가 등반 개시 이틀 만에 첫 캠프를 구축했다. 로체남벽원정대는 지난 16일 로체(8516m) 남벽 하단 해발고도 6000m 지점까지 고정로프를 설치하고, 3인용 텐트 2동을 설치했다. 이로써, 표고차 3300m 의 거대한 로체 남벽 등정을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캠프1구축까지 13명의 등반 대원과 10명의 셰르파 등 가능한 인력이 총동원됐다.

로체남벽원정대의 캠프 구축 작업은 초창기 포드자동차의 켄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보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잘 짜여진 각본과 집단주의에 의거한 극지법 등반의 정석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일단, 등반조를 세분화했다. 13명의 등반대원은 각각 3명씩 3개의 등반팀과 한 개의 지원조로 편성됐다. 10명의 등반 셰르파 또한 3개의 팀으로 구성돼 대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각 팀이 하루씩 번갈아가며 루트 구축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원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한 팀이 선두에 나서 고정로프를 깔고 나가면, 다른 두 팀은 고정로프 수송과 식량 수송을 함께 한다. 그래서 원정대가 등반에 나서는 날이면, 흰 설원에 20여명의 등반대원이 달라붙어 있어 마치 검은 개미들이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장관을 이룬다. 이런 집단주의 등반으로 인해 원정대는 벌써 캠프1 지점에 상당량의 장비·식량을 비축했다. 구은수(40) 등반대장은 “단 이틀 운행으로 200m 로프 8동 등 캠프2 구축을 윈한 짐 수송을 거의 마쳤다”고 말했다.

등반 시간대 또한 낙석과 눈사태를 피해 오전 시간대에 진행되고 있다. 김남일(47) 원정대장은 “당분간은 베이스캠프에서 오전 6시 출발, 그리고 앞으로는 등반시간을 더 앞당길 것 것”이라고 말했다.

초가을 시즌, 로체 남벽은 눈이 거의 떨어져 헐벗은 모습을 하고 있다. 때문에 3300m 거벽에 쏟아붓는 낙석은 고도를 높여갈수록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날 선두에 섰던 셰르파, 밍마 다망(38)은 “주먹만한 크기에서부터 사람 머리만한 돌들이 쉽새없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5번이나 오른 경험이 있는 니마 겔젠(25)은 “전 사산은 크레이지(Crazy) 마운틴”이라면 “이번 (로체남벽) 등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체남벽원정대는 이틀간의 휴식을 가진 뒤, 오는 19일부터 캠프2(7000m) 구축 작업에 나선다. 캠프1에서 캠프2까지는 고도상으로 약 1000m 차이가 나며, 긴 설사면으로 이뤄져 있다.

김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