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약분업 또 '반쪽'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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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의사협회와 약사회가 내년 7월에 실시키로 합의한 의약분업이 병.의원과 약국의 도시집중에 따라 '반쪽 분업' 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읍.면 지역 농어촌의 1천4백25곳 가운데 64% (9백19곳)가 병.의원 및 약국 모두가 없거나 그중 하나만 있어 의약분업 실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사 처방을 받더라도 약을 살 약국이 없는 등의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6백99곳의 읍.면엔 병.의원과 약국이 모두 없고 1백37곳 읍.면은 약국만 있으며 83개 읍.면은 약국 없이 병.의원만 있는 것으로 집계 (지난해 6월말 현재)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의원의 56%, 약국의 59%가 서울과 6대 광역시에 몰려 있는 반면 의약분업이 불가능한 읍이 8곳 (4%) , 면이 9백11곳 (74%) 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말께 이들 무의무약 (無醫無藥) .무의 (無醫).무약 (無藥) 지역을 의약분업 예외 지역으로 고시하고 6개월마다 한번씩 의.약기관 신설 등 변동사항을 조사해 예외지역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의약분업 예외지역에 사는 농어민이나 벽지주민은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의약품 오.남용도 막을 수 없어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용익 (金容益) 교수는 "농어민의 의약품 남용이 상대적으로 심하므로 특별대책이 요청된다" 고 말했다.

보건소.보건지소도 문제가 많다.

의협과 약사회는 보건소도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으나 복지부는 이 합의안대로 시행할 경우 서민들에게 많은 불편과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재 전국의 2백44개 보건소, 1천2백72개소 보건지소 가운데 약사가 있는 곳은 2백25곳 (보건지소 1곳)에 이른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보건소.보건지소를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 (약국 서비스 제외) 시킬 경우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별도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정우진 (鄭宇鎭) 연구위원은 "미국.일본.대만 등은 보건 (지) 소를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며 "보건 (지) 소는 영세민들이 주로 이용하므로 원스톱서비스 (의약 동시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고 말했다.

또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이규식 (李奎植) 교수는 "농촌지역에 공중보건의제도를 통해 의사의 강제배치는 가능하나 약국의 강제설치는 불가능하므로 보건지소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남기는 것이 더 합리적" 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독일은 인구.면적 등에 따라 반드시 병.의원이나 약국을 설치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어 의약분업 예외지역이 없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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