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공장 매물 달린다…전자·통신부품등 창업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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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의 밸브업체 세우콘벨은 얼마전 공장을 늘리려다 포기하고 말았다. 이 회사 도영기 부장은 "지난해 3억~3억5천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대지 5백평짜리 공장이 5억5천만원까지 오른데다 그나마 적당한 매물도 없어 포기했다" 고 말했다.

공장용지와 공장 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아직 수도권 주요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긴 하지만 경기회복과 활발한 창업에 힘입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 임대료가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전 수준까지 오른 곳도 있다.

한 공단 관계자는 "수도권 인기지역에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도로 등 기반시설이 미비한 대부분의 지방공단은 여전히 극심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 공장 값이 뛴다 = 안산 반월공단의 경우 대지 5백평에 건평 3백평짜리 공장이 IMF 이전 수준인 5억7천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3억7천~3억8천만원에도 거래가 되지 않았었다.

임대료도 올랐다. 상태가 좋은 기계공장의 경우 지난해 평당 보증금 15만원.월세 1만5천원이던 것이 최근에는 20만원.2만원으로 IMF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1세기공인중개 강구호씨는 "3월부터 하루 상담이 서너건에 이를 정도로 찾는 사람이 늘었고 값도 지난해 중반에 비해 40% 이상 올랐다" 며 "전자.통신부품, 정밀기계 분야에서 창업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인근 시화공단도 사정은 마찬가지. 시화공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채병용 경영지원팀장은 "지난해 놀던 공장중 1백60여군데가 재가동에 들어가는 등 빈 공장이 줄고 있으며, 여유공간이 있어도 임대를 놓지 않고 스스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도 대지 5백평 건평 3백평짜리 공장 (상급 기준) 이 6억5천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97년 (7억5천만~8억원) 보다는 낮지만 지난해 3억5천만~4억원으로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크게 높아졌다.

산업부동산 하영기 사장은 "공장을 찾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값이 너무 올라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며 "전자업종은 매매, 기계업종은 임대물건을 많이 찾고 있다" 고 말했다.

◇ 공단용지.아파트형 공장 분양도 활기 = 토공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분양하는 공단용지 가운데 전자.정보통신.기계분야의 공장입주가 수월한 일부 공단을 중심으로 미분양 상태가 해소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녹산공단의 경우 올들어 4월말까지 2만2천평이 팔려 지난 한햇동안의 실적 (1만8천평) 을 훨씬 웃돌았다.

국가산업단지인 남동.시화.창원 등 3개 공단의 아파트형 공장 분양률도 지난해 6월말 현재 평균 55%이던 것이 올 3월말에는 모두 입주를 마쳐 사실상 1백% 분양이 완료됐다.

◇ 경매 공장도 인기 = 지난달 인천지법에서 열린 공장경매에선 남동공단 대지 1천평짜리 공장이 6억6천1백만원에 낙찰됐다. 2회 유찰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낙찰가가 감정평가액 7억5천5백만원의 88%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법원경매 전문업체인 태인컨설팅에 따르면 공장경매에 사람이 몰리면서 서울.경기지역 공장경매 낙찰률이 지난해 평균 15%선에서 올들어 평균 25%로 높아졌다. 이는 97년의 평균 낙찰률 16.5%보다도 높아진 것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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