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협정 '쥐꼬리 보상' 선원들 반발 거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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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해안과 남해안이 심상치 않다.

한.일 어업협정으로 동.남해 근해어업에 종사해온 어선원 (漁船員) 의 75%가 실직위기에 놓이고 한.중 어업협정이 체결될 경우 추가 대량실직도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보상과 지원이 선주에게 편중돼 선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이하 선원노련.위원장 趙千福) 은 오는 28일 부산역 광장에 선원 1만여명을 모아 정부의 보상대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뒤 해상 총파업도 벌일 방침이다.

일부 지역에선 선박을 이용한 항구봉쇄까지 고려하고 있다.

쟁점은 현실을 무시한 피해보상 방식. 정부와 여당은 일본과 어업협정을 체결한 뒤 "협정에 따른 어민손실은 정부정책으로 인한 것" 이라며 2천억원의 보상 및 지원금을 추경예산으로 책정,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이중 60%가 넘는 1천2백85억원이 감축어선 7백60척의 선주들 몫이며, 실직선원 (정부 집계 9천59명) 을 위해서는 2백14억원의 보상금과 공공근로예산 2백억원만 할당됐다.

이에 따라 선주의 경우 폐기되는 어선의 시가에 최근 3년치 수익액을 더해 평균 1억7천만원씩 받게 되지만, 선장과 선원들에겐 실직 직전 받은 평균월급의 2개월치에 해당하는 실직수당 (평균 2백36만원) 과 공공근로를 원할 경우 4개월간 일할 자격이 주어질 뿐이다.

선원 실직수당은 해양수산부가 선주들로부터 실직선원 명단을 확보하는 대로 지급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김영규 (金永奎) 어업진흥과장은 "이번 감척 (減隻)에 따른 선주영업보상 (3년치 수익 90% 보상) 은 정부 간척사업 때의 선주 보상 (3년치 수익 60% 보상.30% 융자) 보다 조건이 나아진 것이며, 선원에게는 선원법에 따라 선주가 2개월치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하나 이번엔 실직원인 제공자인 정부가 대신 주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업협정 피해가 가장 큰 동.남해안 선원들은 '형평을 잃은 보상방식' 이라며 반발한다.

선원노련 정효모 (鄭孝謨) 기획실장은 "뱃값을 시가로 주는 것은 이해하지만, 선주에게 3년치 수입을 보상하면서 선원에겐 몇푼 안되는 실직수당만 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말했다.

수협에 따르면 한.일 어업협정으로 피해를 보는 기선저인망.통발 등 12개 어업형태 모두 월급제가 아니라 어획고에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선주 60%.선원 40%로 나누는 짓가림제 (보합제) 를 취해왔다.

선원노련은 ▶6개월치 평균임금에 해당하는 실직수당 지급▶전업을 위해 1년간 무료 직업교육▶자녀 교육비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57개 지역 선원 및 해운업체 노조연합체인 선원노련은 지난달 27일 긴급회의를 열어 "총파업도 불사한다" 고 결의했다.

해양수산부 박덕배 (朴德培) 어업진흥국장은 "선원입장 반영에 노력하겠지만 이미 의원입법으로 보상관련특별법이 상정돼 있어 지금은 정부가 나설 상황이 아니다" 고 말했다.

보상과 관련, 여야 3당이 각기 제출한 어민피해 보상관련 특별법안 중 한나라당 안은 6개월분 임금지급을, 국민회의는 2개월분을, 자민련은 4개월분을 제시했다.

안성규.정철근.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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