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바다에 추락…승객 5명 6시간 헤엄 기적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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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칠흑 같은 밤, 몬순이 휘몰아치는 거센 조류와 해파리가 흐르는 바다' . 만일 이런 바다 위에 비행기가 떨어진다면 한 사람의 생존자라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10일밤 호주 부근 태평양 밤바다 위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호주 북동쪽 6백50㎞지점 바누아투 섬 인근 바다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승객 5명이 살아나온 것이다.

그것도 구조대의 도움 없이 6시간 동안 육지로 헤엄쳐 나와서. 승객과 승무원 12명을 싣고 남태평양의 산토섬을 떠나 바누아투섬 포트빌라로 향하던 밴에어 항공소속 쌍발여객기가 포트 빌라항 앞바다에 추락한 것은 10일 오후 11시.

"갑자기 엔진이 멎었습니다. 그리곤 2~3초 후에 가슴을 찢는 것 같은 충돌음이 들렸습니다. 우리는 비행기 속에서 스프링처럼 튀어올랐지요. 곧이어 엄청난 속도로 바닷물이 밀려들었습니다. "

5인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인 제7안식일교 전도사 닐 와츠 여사의 말이다.

"물은 조종석으로 밀려들어와 순식간에 비행기를 채웠습니다. 1초, 아니 2초만에. 그래요, 정말 번개처럼 기체를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 기체 밖에 선 와츠 여사는 5명의 승객을 만났다.

호주 퍼스에 사는 의사인 니콜 닉스 부부, 호주 공군소속 팀 허포드 중위, 그리고 바누아투인 두 사람.

"와츠 여사가 기도를 제의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손을 잡고 꿇어앉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미칠듯한 공포가 점차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그리곤 멀리 포트 빌라항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향해 몸을 던졌습니다. " 닉스 박사의 회고다

.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15~20분마다 억수같은 몬순이 쏟아졌습니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은 공포 그 자체였지요. 바다속에서 다리를 감아드는 해파리는 마치 지옥의 손길 같았습니다. " 이들을 도운 유일한 '친구' 는 소금이었다.

바다가 염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덕분에 물에 뜨기가 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행기를 떠난 지 한시간쯤 뒤에 바누아투인 한사람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들이 포트 빌라내 파라다이스 코브 해안에 '상륙' 한 것은 이튿날 오전 5시. 바닷가에 있는 한 집으로 걸어들어가자 집주인은 말없이 이들에게 커피와 마른옷을 내주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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