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되는 미.중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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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군의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誤爆) 사고로 지난 6일 독일 본에서 열린 G8 (서방선진7개국 및 러시아) 외무장관회의 합의로 가냘프게나마 해결 가능성을 보이던 유고슬라비아 코소보사태가 다시 한번 꼬이고 있다.

중국은 이번 사고가 유고 공습을 반대해 온 중국에 대한 '의도적 사고' 라고 주장하지만 나토가 고의로 일으킨 것 같지는 않다.

미국과 나토는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사과하는 등 중국을 무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반미 (反美)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막강 군사력과 정보의 정확성을 자랑해 온 미국은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걸프전 당시 바그다드의 우유공장을 화학무기공장으로 오폭한 적이 있고, 지난해 수단 하르툼의 제약공장을 생화학무기공장으로 잘못 알고 폭격해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나토 관계자는 이번 공습의 오폭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중국대사관 오폭사고는 지금까지의 오폭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G8이 합의한 코소보사태 평화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이번 사고를 이유로 평화안에 비토권을 행사하면 코소보사태의 평화해결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중국 입장에선 이번 사고를 외교적 불만을 해소할 하나의 '기회' 로 삼고 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인권탄압.핵기술 절취.세계무역기구 (WTO) 가입 등의 문제로 미국으로부터 냉대받아 온 중국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외교적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 (胡錦濤) 부주석은 9일 나토공격에 항의하는 중국인들의 합법적 시위를 '보호'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코소보사태가 이처럼 본질에서 벗어나 미.중간 갈등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알바니아계 주민 1백만명이 코소보를 떠났으며, 65만명은 코소보 안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나토 공습은 인종청소를 막지 못하고 민간인 희생자 숫자를 늘리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아 있는 유일한 길은 유엔뿐이다.

따라서 미.중은 유엔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협력해야 한다.

미.중간 대립은 비단 코소보사태뿐 아니라 한반도문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언론은 이번 사고로 북한 핵.미사일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기 어려워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중국인들의 노여움을 달래는 유화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중국은 미국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유엔을 통한 코소보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유고에서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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