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엠케이전자 생산공장. 50대의 기계에서 손가락 굵기의 순금 막대기가 기계를 통과하자 가느다란 금실(골드 본딩 와이어)로 변한다. 이 금실은 머리카락 5분의 1 굵기로 금 1g에서 금실을 250m가량 생산한다. 이 금실은 반도체 리드프레임과 실리콘칩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극미세선으로 이용된다. 이 금실은 사람 몸으로 보면 신경망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엠케이전자는 국내 연간 금 소비량 60t 가운데 25%인 15t을 쓰는 ‘금 먹는 기업’이다. 지금까지 생산한 금실로 지구 250바퀴를 감을 수 있는 1000만㎞를 생산해 냈다. 수출 누적액으로는 2조원에 달한다.
최 사장은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 규모가 현재보다 50만㎞ 늘어난 270만㎞로 확대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반도체 본딩 와이어 부문은 세계 시장 점유율 4위(12.8%)·국내 1위이고, 반도체 칩과 칩을 연결하는 데 쓰이는 ‘솔더볼’은 세계 4위다. 1982년 설립 이후 줄곧 반도체 소재란 한우물만 판 이 회사는 세계 120개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해외 매출액이 62%를 차지한다. 20여 년 전부터 자체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이 회사는 국내외에 출원한 핵심 특허만 40여 건에 이른다. 이 회사는 상반기 실적이 매출 2404억원에 영업이익 75억원에 달했다. 올해 매출액은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장은 “무엇보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집중 투자를 했기 때문에 고성장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대만 시장 점유율이 24%로 높아져 현지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또 하반기에는 도시바·소니 등 일본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또 신기술로 일본·독일 기업과 대결을 벌이고 있다. 최 사장은 “서울대·KAIST 등과 손잡고 12㎛(0.012㎜) 본딩 와이어를 개발 중”이라며 “내년 하반기쯤이면 초극세선 본딩 와이어가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12㎛ 본딩 와이어는 굵기가 머리카락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용인=이봉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