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가수 박지영씨 10년째 불우 중.고생 돕기 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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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0년대초 '그 사람 목석' '젊음의 축제' 등으로 인기를 모았던 가수 박지영 (朴芝瑛.41.여) 씨가 '불우 청소년 지킴이' 로 변신했다.

그는 10년째 '돈 없어 공부 못하는' 중.고교생 학비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공부만 제대로 할 수 있어도 크게 탈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제가 도와준 아이들 중에 믿음을 저버린 경우는 없었어요. 환경이 좋지 않았을 뿐 원래가 나쁜 아이들이 아니었다는 증거지요. "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받아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한 趙모 (22.3학년) 군.중학교 중퇴 절도범으로 경찰서에 잡혀있던 朴모 (14) 군을 훈방시켜 다른 학교에 편입토록 주선한 일 등 '성공사례' 를 늘어놓는 朴씨에게선 자식 농사 잘 지은 어머니의 체취까지 풍긴다.

그가 장학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90년. "남을 돕는 것이 내가 기쁘게 사는 방법" 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지내다 우연한 기회에 범죄에 빠져들기 시작한 중학생을 학교로 되돌려보낸 일이 계기가 됐다.

지난 91년에는 불우청소년 결연사업을 벌이고 있는 BBS (세계청소년운동)에 가입, 현재 서초지회장을 맡고있다.

그동안 해마다 평균 30명에게 일인당 20만~1백만원씩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3~4곳의 고아원.양로원을 위로 방문해왔다.

이같은 일에 내놓는 비용은 97년에만 4천만원에 이르렀을 정도. 朴씨는 "지난해에는 사업이 부진해 1천4백만원밖에 지원하지 못했다" 며 가슴아파 한다.

이같은 활동은 따뜻한 마음씨 외에도 탄탄한 사업기반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가수 시절부터 음식점을 열어 수완을 발휘한 그는 88년 은퇴한 뒤 90년 결혼한 남편과 현재 갈비집 4곳과 수입 화장품 유통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朴씨는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기도를 해주는지 경기가 최악일 때도 어느 정도 유지는 되더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나에겐 돈을 많이 벌어야 할 의무가 있다" 며 밝게 웃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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