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광' 김환기화백 백자그림 한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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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척 장신에 마르고 목이 길어 학을 연상시켰다던 김환기. 외모에서 풍기는 것 만큼이나 멋을 아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특히 조선백자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어찌하면 사람이 이러한 백자 항아리를 만들었을꼬…. (…) 싸늘한 사기로되 다사로운 김이 오른다.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 (55년) 그는 온 집안 구석에 항아리가 놓여 있지 않은 곳이 없었던 '항아리광 (狂)' 이었다.

그가 수집한 백자와 목공예.민예품 등은 7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잠시 기탁되기도 했다.

'김환기 컬렉션' 은 그 후 여러 곳으로 흩어졌지만, 사진자료와 서류로 그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세 곳에서의 회고전중 특히 환기미술관은 우리 백자의 유려한 맛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한 50년대 수화의 항아리 그림들을 모은 '백자송 (白磁頌)' 을 선보인다.

연대별 대표작 나열이 아닌 주제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양모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수화의 작품을 보면 똑같은 항아리는 하나도 없다" 며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데서 나오는 생명력과 친근감이 백자의 매력인데 수화는 이를 뽑아낼 수 있는 예리한 눈을 지녔다" 고 회고한다.

전시작은 '달과 항아리' '달과 매화와 항아리' '여인과 항아리' 등 백자를 모티프로 한 유화.과슈.데생 20여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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