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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전, 장기화는 피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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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 뒤로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 오바마는 그나마 남아 있는 인기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써 버릴 건지 결정해야 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뒤로 미루지 않았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피할 수 없으며, 이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병력을 늘리고 새로운 사령관을 임명했다. 미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끝장 볼 때까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끌 자신이 있는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만들었듯이 아프가니스탄을 ‘오바마의 전쟁’으로 만들겠는가. 지지율이 떨어지고 민주당이 전쟁을 반대해도 그럴 수 있는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무장관과 마이클 멀린 합동참모본부 의장,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사령관 등 참모들은 오바마에게 “전략이 어설프다”고 지적했다. 전쟁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힘을 얻었고 7여 년간 쏟은 노력이 헛수고가 됐다.

최근 입수한 탈레반의 전투 계획을 보면 최소한 5~10년 전쟁을 더 끌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쟁을 이끌어 가려면 아프가니스탄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난한 데다 육지로 둘러싸인 이 나라가 과격한 이슬람 무장단체를 이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주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합법적인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부패와 마약 밀거래도 근절해야 한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실익을 보장해야 한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개입했던 강대국은 모두 실패했다.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미국은 자금과 군사, 전문 지식으로 전쟁해야 한다. 불경기와 동맹 관계 약화, 이라크 전쟁 당시와 같은 불안 상황이 오더라도 견뎌 내야 한다. 비용이 수천억 달러가 들어가든, 수백 명의 미군 희생자가 나오든 이제부터 모든 초점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맞춰야 한다.

전쟁에 앞서 미국 국민에게 이런 사실을 확인시켜도 전쟁 비용과 사망자가 늘어나면 오바마는 남은 임기를 모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바쳐야 한다. 한국전쟁에서 해리 트루먼, 베트남 전쟁에서 린든 존슨, 이라크 전쟁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한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오바마의 임기를 볼모로 잡을 것이다.

오바마는 남아 있는 인기를 아프가니스탄전에 쓰기 전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지도자의 본질은 바른 결정을 내리기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다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워싱턴 관료들은 ‘우리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오바마는 ‘장기전이 아닌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오바마가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려면 관료들에게 그 대안을 찾도록 지금 지시해야 한다.

앤드루 J 바세비치 보스턴대 교수·역사학
정리=김민상 기자 [LA타임스=본사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