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로 1000억짜리 공사 경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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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리은행이 온라인 경매 방식으로 전국 500개 지점 리모델링(개조)공사를 맡을 업체를 선정한다. 공사 규모는 1000억~1100억원으로 민간 기업에서 진행된 온라인 경매 중 최대 규모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와 온라인 경매 계약을 하고, 이달 중 20개 지점 리모델링 공사를 온라인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2년간 매달 20개 지점씩 공사를 발주한다.

이번 대규모 공사 온라인 발주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주로 종이.볼펜.PC 등 소모품 위주로 구매해 왔다.

?온라인 경매 진행과정=우리은행은 과거 은행 지점 시설공사를 맡은 적이 있는 전국 100개 주요 인테리어 업체를 미리 선정했다. 이들 업체는 매달 진행될 온라인 경매에 참가할 수 있다.

매달 우리은행이 공사를 발주하면 아이마켓코리아는 공사 내용을 인터넷 온라인 경매 시스템에 올린다. 사전에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받은 인테리어 업체들은 아이마켓코리아 사이트에 들어가 입찰 가격을 제시한다. 이 중에서 낙찰 내정가격의 85% 안에 들면서 가격이 낮은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된다.

?온라인 경매 효과=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온라인 경매는 입찰이 끝날 때까지 참가업체가 수시로 입찰가격을 바꿀 수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경매는 한번 적어낸 입찰 가격을 바꿀 수 없었다. 조달청이 주관하는 전자 조달 시스템도 기존 오프라인 방식처럼 입찰가격 변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경매를 주관하는 아이마켓코리아는 입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참가업체에 해당 업체의 입찰 가격 등수를 알려준다. 등수가 낮은 업체는 가격을 낮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업체의 등수가 떨어지게 되고, 낙찰받으려는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게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전북은행은 온라인 경매로 PC를 구매해 예산을 33%가량 절약했다. 이 입찰에 참가한 4개 업체는 입찰 가격을 경쟁적으로 모두 120번이나 낮췄다. 이에 따라 18억원으로 잡혔던 PC 구매 비용은 12억원으로 떨어졌다.

?투명성 제고=오프라인 입찰에선 참가업체 간 담합이 이뤄질 수 있고 발주업체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온라인 경매에는 어떤 업체가 참가했는지 알 수 없어 업체 간 담합이 어렵다. 모든 입찰과정이 컴퓨터에 기록돼 개인적 연줄도 쓸모가 없다. 우리은행 이성록 부부장은 "황영기 행장의 투명 경영방침에 따라 입찰과정에서 잡음을 막기 위해 온라인 경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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