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룡 고위공직자집 절도사건 검찰, 한건도 기소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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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천지검이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김성훈 (金成勳) 농림부장관.배경환 (裵京煥) 안양경찰서장. 유태열 (兪泰烈) 용인경찰서장 등 고위 공직자의 집을 턴 혐의로 경찰로부터 송치된 김강룡 (金江龍.32) 씨에 대한 17건의 피의사건 가운데 고위 공직자가 관련된 사건은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절도미수 1건만 기소,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은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이 일치하는 혐의에 대해서만 우선 기소했을 뿐 사건을 축소.은폐할 의도는 없었다" 고 해명했다.

차철순 (車撤淳) 차장검사는 "金씨가 柳지사 관사와 裵서장 관사에서 미화 12만달러와 5천8백만원이 든 돈봉투를 훔쳤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백한 데다 피의자와 피해자 진술 내용에 차이가 많아 '사건분리 결정' 에 따라 1건만 기소하고 나머지는 정밀조사를 통해 추가 기소할 계획이었다" 고 밝혔다.

그는 "기소하지 않은 나머지 16건을 수사, 5월 초 추가 기소하겠다" 고 말했다.

인천지검은 지난 9일 金씨와 공범 金영수 (47) 씨 등 2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는 金씨 등이 지난 3월 16일 인천시부평구산곡3동 H아파트 咸모씨 집 현관 문을 따고 들어가 물건을 훔치려다 집안에 있던 가족에게 들켜 미수에 그친 혐의만 기록돼 있다.

金씨를 불심검문으로 검거한 인천 부평경찰서는 지난달 17일 柳지사 집 등 金씨로부터 자백받은 17건의 범죄 혐의에 대해 조사를 마친 뒤 같은 달 23일 사건 일체를 검찰에 송치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金씨가 자백하고, 피해자들이 각각 금액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도난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柳지사 등 16건의 절도피해 사건은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부평경찰서도 金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첨부한 범죄일람표에 柳지사 등 피해자의 이름을 부인.가족.측근의 이름으로 기록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도 수사과정에서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가 자백하고 피해사실이 인정된 범죄 혐의를 기소하지 않은 것은 상례에서 벗어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K모 변호사는 "검찰이 金씨를 절도미수 혐의로만 기소한 것은 도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이라며 "柳지사와 裵서장측이 인정한 피해 부분을 밝히고도 이를 기소하지 않은 것은 검찰 임무에 위배된다" 고 지적했다.

◇ 사건분리 결정 = 한 건의 사건이 피의자가 여러 명이거나 피의사실이 여럿인 경우 구속기간 안에 일부만 기소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인천 =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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