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 "일본식 社風 벗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일본의 종합전자메이커인 히타치 (日立) 제작소가 '기업문화의 탈 (脫) 일본화' 를 선언했다. 무조건 일본식으로 나가다가는 관료주의에 빠져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 과감한 '사풍개혁' 에 나선 것이다.

우선 오는 20일부터 사원들의 출근복장을 자유화하기로 했다. 검정색이나 감색 정장에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야 했던 직원들이 이제는 티셔츠를 입고 나와도 된다는 것이다. 다만 거래선을 만나야 하는 영업직은 제외됐다.

간부에 대한 호칭도 바꿨다. 지금까지는 이름 뒤에 반드시 직함을 붙였으나 이제는 이름만 부르면 된다.

예컨대 '다나카 부장' 은 '다나카상' 으로 부른다는 것. 히타치는 사장.회장에 대해서도 이름을 부르는 것을 장려하기로 했다. 딱딱한 상하관계를 희석시켜 아랫사람의 기 (氣) 를 살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또 출근 직후 전직원이 사내방송에 맞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시해오던 아침체조를 없애버렸다. 아침체조는 개인보다 조직을 앞세우는 집단주의를 조장하므로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

히타치는 지금까지도 각종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을 추진해왔지만 기업문화를 유연하게 바꾸지 않으면 경영효율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절감, 이같은 개혁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한다.

히타치는 이 운동을 6만7천명의 사원 가운데 도쿄 본사와 컴퓨터.가전 사업본부에 근무하는 8천명에 대해 우선 실시한 뒤 반응을 봐가며 전직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히타치는 이번 개혁을 '조직.인재활성화 추진시책' 이라고 이름붙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내용은 유연한데 이름이 다소 관료적" 이라는 평도 있다.

도쿄 = 남윤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