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삼성전자·현대차 “KT, 한 수 배웁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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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현대차는 쌍용차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는 데, KT의 경영혁신과 새로운 노사관행이 도움이 된다고 본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다소 진중하고 무겁기 쉬운 브랜드 이미지 위주의 광고 전략을 젊은 세대와 주부에게 어필하는 톡톡 튀는 제품 마케팅 중심으로 바꾸는 데 KT 사례를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KT 내부에선 세계적 기업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상황에 당연히 흐뭇해하는 표정들이다. 혁신 활동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외부에서 인정받았다는 자평도 나온다.

◆현대차는 혁신전략을=현대차가 KT에 요청한 자료는 ▶이석채 회장의 선임 이후 변화 ▶KT의 구조조정 결과▶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의 합병 과정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배경 등이다. 특히 2002년 민영화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시지 않던 공기업 분위기를 1년도 안 돼 바꾼 부분에 주목한다. 정의선 부회장 승진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와의 시너지 문제, 거대 노동조합 등 현대차가 처한 상황이 KT와 흡사한 면이 많다고 본 것이다. 익명을 원한 현대차 관계자는 “당장 KT를 따라 하겠다는 건 물론 아니고 중·장기 전략을 짤 때 KT의 혁신 노하우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노총 문제에 관해서는 “민주노총을 탈퇴한 KT나 쌍용자동차와는 달리 우리 노조원의 대다수가 탈퇴에 반대하는 걸로 안다. 노조가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광고전략을=삼성전자와 KT의 광고를 제작하는 제일기획은 얼마 전 삼성전자 경영진의 긴급호출을 받았다. “올 들어 KT의 광고는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반응이 좋은데, 삼성전자 광고는 그렇지 못한 것 같지 않느냐”는 반문이었다.

이에 대해 제일기획은 보고서에서 ‘KT는 광고 컨셉트부터 캐릭터 선정, 표적 소비자층까지 광고대행사에 일임하는 편이다. 이석채 회장 등 고위 경영진은 큰 그림만 챙기고, 세세한 광고전략은 실무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한다. 그래서 좀 더 젊고 부드러운 감각의 광고가 나올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그 뒤 광고전략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나섰다.

브랜드 이미지 위주의 기존 광고 컨셉트를 살려 나가되, 디지털 전자제품을 파는 회사답게 톡톡 튀는 광고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KT에는 삼성전자 말고도 광고전략을 배우고 싶다는 업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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