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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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여는말

경제개혁과 실업대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올해 최소 2% 정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내년부터는 5%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경기동향은 환율과 물가가 안정됐고 금리는 역사상 최저로 하향 안정되는 등 튼튼한 거시지표를 보이고 있다.

실물경제도 문제점은 많지만 차츰 좋아지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3.1%로 나타났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0%대에 올라섰다.

1분기 수출은 3백5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3백21억달러에 비해 17억달러 정도 줄었지만 지난해에 금 수출이 22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5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본다.

올 무역수지 흑자는 2백50억달러 달성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실업대책의 중점은 중소기업.벤처기업.문화관광사업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 지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실업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연말에는 1백50만명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조정은 경제회복과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대책이기 때문에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위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고는 위기 재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스스로 자구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하고, 은행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금융을 운영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에 직접 개입할 수 없지만 은행에 대한 감독을 행사, 책임을 물을 것이다.

5대 재벌과 오는 22일 만나자는 약속은 연기했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없이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성과를 만들어 만나겠다.

구조조정이 미흡할 경우 지난해 12월 7일 약속한 대로 은행을 통해 금융제재를 하겠다.

◇ 일문일답 내용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월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경제관계 장관들을 옆에 배석시킨 金대통령은 기자들과 무릎을 맞대고 질문에 답했다.

대통령과 기자단이 60㎝의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것은 전례 드문 일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는 뜻이 담긴 듯하다.

- 재벌들이 구조개혁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은행을 통한 제재 외에 다른 제재를 가할 것인가.

"정부로서는 경제논리에 의해 해결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재벌들의 과잉.중복투자, 과다한 부채문제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재벌 양측이 재벌 개혁에 합의한 것이다. 경제원리와 은행을 통한 합법적 시장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

(李憲宰 금감위원장) "지난해 12월 7일 주 채권은행들이 5대 재벌과 구조조정에 대한 기본약정을 체결했으며 이행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이다. 제재는 금융기관이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것이며, 정부가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 중산층 붕괴에 대한 정부의 판단과 중산층 육성대책은.

"중산층 육성은 사회 안정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 문화.관광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것도 중산층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

(李揆成 재경부장관) "정부는 중산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부문에 있어 가계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 창업 지원도 하고 있다. 세제 면에서도 예금.채권투자에 있어 1인당 2천만원까지 10%의 분리과세를 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벤처기업 투자에 세액공제를 확대할 생각이다. "

- 재벌에 대한 제재조치시 경제적 파장이 엄청날텐데 약속 불이행에 대해 실제 제재조치를 할 생각인가.

"일단 기업이 (약속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약속대로 하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를 할 것이다. "

- 워크아웃 (기업개선작업) 대상에 5대 재벌 기업도 포함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되나.

"그렇다. "

- 노사정위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은.

"노사정위를 만들어 성공한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일시적인 현상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노사정위를 이제 법적 기구로 만들려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다시 모여 거기서 따질 것은 따지고, 욕할 것은 욕하고, 힘을 합쳐 나라 경제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 경제가 파멸되면 노사가 어디 있겠나. "

- 최근 소비풍조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일부 사치성 소비가 있으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아래에서 막을 수는 없다. 대신 불건전 소득에 대해선 추적해 세금을 물릴 권리가 정부에 있다. "

- 정치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내년 총선에선 깨끗한 선거를 반드시 실현할 생각이다. "

- 정치개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

내각제 논의를 유보키로 결정하기까지 김종필 (金鍾泌) 총리와 특별한 대화가 있었나.

"대통령과 여당 총재 입장에서 정치개혁에 적극 개입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다. 내각제 유보를 결정하면서 金총리와 특별히 얘기한 것은 없다.

정치개혁이 더 긴급하다. "

- 젊은층 수혈론이 내년 총선과 관련이 있는가.

"지금 우리 유권자 중 과반수가 20~30대다. 그렇다고 세대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대교체는 인위적으로 해선 안된다. 21세기를 맡을 주력부대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

- 내각제 유보에 따른 향후 정치일정 구상과 지역감정 해소 문제는.

"전당대회 시기는 사정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 지역감정 문제는 대통령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역 차별로 정치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언론이 규탄해야 한다. 언론과 종교계에서 적극 협조해야 한다. "

-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가 유보되면 연말까지 내각제 개헌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내각제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으나 지금은 얘기하지 않겠다.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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