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무대 오르는 연극 '아트' 2004년 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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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연극‘아트’에 출연하는 이남희·정보석·유연수(왼쪽부터). 사내들의 질투와 우정등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무대 중앙에 순백색 캔버스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캔버스 앞에는 흔한 소파가 하나 놓여 있다. 이처럼 간소한 세트에서 중년의 남자 셋이 1시간30분 동안 쉴 새 없이 말싸움을 한다. 때론 상대의 자존심을 긁고, 때론 상대를 치켜세운다. 중간 중간 폭소가 터진다. 배꼽 잡는 웃음이 넘치는 반면 가슴이 싸해지는 슬픔도 있다. 우리의 인생 자체가 그렇듯….

지난해 1월 예술의전당과 같은 해 5월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됐던 연극 '아트'의 2004년 '버전'이 찾아온다. 1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다시 한번 무대에 올려지는 것. 지난해 공연이 정통 리얼리즘(사실주의) 분위기를 강조했다면 이번 공연은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블랙 코미디' 색채를 강화했다.

1994년 프랑스 희곡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처음 선보인 '아트'는 현대 세계 연극계의 히트작이다.

'아트'는 남자 셋의 얘기다. 어릴 적부터 절친한 친구였던 중년의 사내들이 그림 한 점을 앞에 두고 사사건건 대립한다. 흰색 바탕에 흰색 줄이 쳐진 둘도 없는 '명작'을 1억8000만원에 구입한 청담동 피부과 의사와 그런 '엉터리' 그림을 고가에 사들인 친구를 비웃는 지방공대 교수의 갈등이 중심축을 이룬다.

그리고 소위 출세한 친구(의사.대학교수) 가운데서 비위를 맞추는 문방구 사장을 등장시켜 사내들 간의 반목.질투.불만 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2004년 '아트'는 요일별로 골라 보는 맛이 있다. 화.목.토요일, 수.금.일요일 두 팀으로 구성됐다. '화목토팀'에는 정보석.이남희.유연수가, '수금일팀'에는 권해효.조희봉.이대연이 출연한다. 각기 방송.영화.연극 무대에서 탄탄한 실력을 닦은 연기파 배우들의 '자존심 대결'도 연극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대목. 미술과 연극의 행복한 만남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30분, 8시. 일.공휴일 오후 3시, 6시. 02-764-8760.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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