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당비 내도 초당적으로 일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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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신임대표(왼쪽)와 조찬을 겸한 상견례를 했다. 전자당원증을 건네받던 이 대통령이 “당비 많이 내주십시오”라는 장광근 사무총장(가운데)의 말에 웃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많이 낸다”고 대답했다.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청와대에서 조찬회동을 했다. 정 대표 취임 후 첫 당청회동이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가 취임하고 당이 활기차 보여서 좋다”며 “정 대표는 만능 스포츠맨 아니냐”는 덕담으로 대화를 열었다. 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장을 잘 치렀고, 그게 국민화합에 기여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한 차원에서 동서고속도로 건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즉석 제안을 했다. 이 대통령은 “새만금과 연결되는 동서고속도로를 하자는 이야기가 있다”며 “터널이나 교량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며 공감을 표했다.

두 사람은 1시간40분가량 진행된 만남에서 4대 강 살리기와 서민정책 같은 현안들을 두루 논의했다. 20분 정도 독대도 했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아주 밝았다”고 말했다.

10월 재·보선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보궐선거를 의도적으로 띄울 필요는 없다”며 “서민들이 살기 힘든데 선거 이야기를 자꾸 하면 짜증이 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은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 대표 취임(8일) 하루 만에 회동이 잡힌 것부터 한나라당 새 지도부에 거는 이 대통령의 기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과 나라를 위해서 사심 없이 대표직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의 ‘사심’을 여권에선 ‘대권’으로 풀이한다. 그가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올리는 데 치중하면 당은 물론 청와대와도 불편한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려 한 셈이다.

정 대표는 “대통령과 정례적으로 만나고 중진 의원이나 다른 의원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정치인 입각과 관련, 정 대표는 “이번에 당 출신 장관들이 잘해야 다른 국회의원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분들은 정책에 밝고 두루 신뢰를 받는 분들이기 때문에 잘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4대 강 살리기 예산이 22조원이 아닌 16조원”이라고 설명하자, 정 대표는 회동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회의에서 이 내용을 지도부에 곧바로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 회동에선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이 대통령에게 새로 만든 ‘1호 당원증’을 선물했다. 전자칩이 내장된 신형이다. 이 대통령이 “당비를 내라고 주시는군요. 그래도 일은 초당적으로 하겠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이 대통령은 매월 500만원의 당비를 내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청와대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 박형준 정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김해수 정무1비서관이, 당에서는 장 사무총장, 조 대변인, 정양석 대표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강주안·허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동서고속도로=새만금~전주~무주~대구~포항 249㎞를 잇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대구~포항 구간은 2004년 12월 개통됐다. 새만금~대구 구간(181㎞) 건설은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신청, 연말께 새만금사업 종합 실천계획이 나오면 건설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4조9000억원의 공사비가 들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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