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살리는 노사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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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의 휴업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산업현장에 불안감이 점증하고 있다.

오는 9일께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결정할 예정이며, 민주노총은 지난 2월말 이미 탈퇴를 선언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이 시한부 파업을 강행한 바 있고 서울지하철노조가 오는 19일 총파업을 예고해놓고 있다.

불과 환란 1년만에 노사안정이 깨지고 이러다가는 4월 대란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가고 있다.

노사갈등이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노사현안들이 워낙 풀기 어려운 데다 쌍방간 신뢰가 엷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도 문제여서 최근 들어 정부와 여당간, 그리고 정부 내에서도 노동부와 검찰 등 부처간에 정책 혼선을 거듭해 노동계의 불신을 키워온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러나 노사갈등의 파국만은 피해야 한다.

경제가 최근 들어 회복기미를 보인다지만 허약하기 짝이 없다.

경제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고 노사충돌을 견딜만한 체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시점에 중요한 것은 서로 한계를 찾아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내려는 자세다.

그러자면 법과 원칙은 지키되 노사가 한걸음씩 양보해 대화하려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노사정간의 쟁점은 크게 보아 구조조정.정리해고 중단, 노동시간단축,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처벌폐지 등이다.

기존 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이나 노사정위의 위상도 논란의 대상이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미 불가피한 선택을 해버린 사항이다.

이를 되돌리자면 환란 이전의 상황으로 가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조전임 임금지급에 대한 노동계의 주장도 무리한 점이 없지 않다.

사회적으로 무노동.무임금원칙이 굳어져 있고 최근에는 국내진출 외국기업들이 이를 위한 법 개정을 한다면 기업철수도 고려하겠다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판국이다.

하지만 노동시간단축 등은 충분히 논의해 볼 사안이며 실업자노조 등은 정부가 약속한 만큼 조속히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단축의 경우 사측에선 임금삭감없는 단축은 수용할 수 없다는 태세지만 본격 대화에 나선 적이 없고 사업장별로는 적용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1년간 구조조정 속에 노사 양측은 물론 국민 모두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왔다.

그 이면엔 경제회복만이 고통극복의 출구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

다시 말해 노사갈등이 정치.사회불안으로 이어져 전체 파이와 일자리를 줄이는 파업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또한 2백만 실업시대에 약자 (弱者) 는 조직노동자보다 중소기업 등에서 소리없이 퇴출당한 대책없는 비조직 실업자들이란 사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노동정책에 대한 입장을 보다 분명히 정리해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을 재촉하는 등 문제대처능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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