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초훈현-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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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曺9단 위협에 이세돌도 강수 대응

제2보 (19~39) =적군이 아군을 포위하려 할 때 유능한 장군들은 대개 도망치거나 아군과 합세해 적과 대항하기보다는 적의 배후를 찌르는 쪽을 택한다. 백의 위협에 대한 이세돌의 흑19가 바로 그런 강렬한 수법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반포의 권갑룡도장에서 만난 이세돌2단은 "그 수는 좀 무리였어요. 그냥 달아나야 했어요" 라며 실수를 시인했다. 16세. 예민한 기운이 저절로 느껴지는 이 소년은 목소리마저 매우 자극적인 톤을 갖고 있다.

눈은 빛나고 귀는 크고 얼굴은 작아 인상도 강렬한 느낌을 준다. 곁에선 여류국수 윤영선2단이 다소곳이 복기를 지켜보고 있다.

20으로 오자 답답해졌다. 21로 달아났는데 이세돌은 이 수도 걸음이 느렸다고 고백한다.

'가' 로 붙여 한 발이라도 빨리 달아나야 했다는 것이다. "착각이 있었거든요. 曺사범님이 좋은 수를 준비해 두고 있었는데 그 수를 못봤어요. " 착각이란 바로 22로 오는 수다.

이세돌2단도 이 수는 예측했다. 그리하여 29까지는 필연이라고 본 것인데 이후 두 사람의 수읽기가 엇갈렸다. 이세돌은 백이 '참고도' 처럼 1이나 A 어느쪽으로 차단해도 흑2가 선수인 만큼 연결과 B를 맞봐 위험은 없다고 봤다.

曺9단은 그러나 30, 32로 두는 좋은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세돌은 이 수를 못본 것이다. 이 수는 그리 어려운 수는 아니다. 바둑은 강하지만 아직은 신중성이 부족한 이세돌의 약점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흑이 끈덕지게 저항했지만 39까지 결국 후수를 잡고 말았다. 흑 위기. 이 장면에서 백의 최선은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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