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면 가계·중기 대출 부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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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부가 금융·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실물경제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거시경제의 여건이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불안했던 2008년 하반기~2009년 초에 비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계·기업 부채, 부동산, 고용시장 등에서 불안요인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8일 이런 내용의 ‘거시경제 안정 보고서’를 마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했다. 보고서 제출은 처음으로 국회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정부는 당분간 확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부동산시장 불안 등에 대해서는 금융 규제 등 미시적 수단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발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대외 부문의 위험성은 크게 낮아졌다. 외채는 줄었고,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서 부족하지 않다.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도 크지 않다.

보고서는 국내 유동성이 경제에 큰 부작용을 초래할 정도로 과도하게 공급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때 가계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매달 4000억원 늘어난다. 6월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00조3000억원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변동대출 금리로 구성돼 있어 금리 상승은 곧바로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금리 1%포인트 상승 때 연간 4조원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3%포인트 오를 경우 부실화가 예상되는 상장기업 대출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이다. 부동산은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국지적인 가격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택 건설 감소가 2~3년 후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전국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5.2% 감소한 9만9000호에 그쳤다.

보고서는 12월 이후 고용 악화를 우려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상당 규모 종료되고 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노동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 재정 부담, 성장 잠재력 둔화, 소득 격차 확대, 환경 규제 등을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3%에서 -0.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종전보다 100억 달러 이상 많은 311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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