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WEF 국가경쟁력 순위 19위로 왜 떨어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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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0위권 진입을 바라보던 한국의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순위가 19위까지 밀린 것은 후진적인 노사 관계와 정부 탓이 컸다.

다보스포럼을 개최하는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제도와 경제, 교육·노동·금융·기업 등 12개 분야에 대해 총 110개 항목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올해 평가에서 1년 전보다 좋아진 항목은 15개뿐이었다. 나머지는 크게 떨어졌는데 노동시장과 정부·금융시장에 대한 평가 항목의 성적이 특히 좋지 않았다.

노동시장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가장 취약한 분야로 평가됐다. 노사 간 협력(131위), 고용 경직성(92위), 해고 비용(109위) 항목은 전체 국가경쟁력 19위를 차지한 나라의 성적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최하위권이다. 노사 관계는 5월에 발표된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평가에서도 꼴찌 수준이었다.

정부의 정책 수행과 법·제도 역시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 정책이 바뀐 것을 국민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평가한 항목의 순위는 지난해 44위에서 100위로 떨어졌다. 정부 규제 부담(98위), 법체계 효율성(69위), 정치인 신뢰도(67위)도 하위권이었다. 금융위기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고 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금융시장 성숙도에 대한 평가도 많이 나빠졌다.

그나마 국가경쟁력 순위가 20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은 것은 기업 혁신(11위), 기술(15위), 교육·훈련(16위) 덕분이었다. 특히 고등교육 취학률은 1위였다. 학교 인터넷 접근도와 인터넷 가입자, 철도 인프라의 질, 발명 특허 건수, 해외시장 규모도 10위권 안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부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그동안 ‘한국이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했다’는 칭찬을 받아왔던 터라 순위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의외의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정부는 설문 의존도가 높은 평가 방법 탓으로 돌렸다. WEF는 110개 항목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78개 항목을 해당 국가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평가한다.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조사 당시 분위기에 따라 순위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이대희 경쟁력전략팀장은 “설문 조사는 조사 시점 전후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특히 올해는 조사 시기가 썩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문이 진행된 5월에 쌍용자동차가 파업하는 등 노사 관계가 상당히 불안했기 때문에 노동 분야 평가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가 나빴던 것도 경제가 안 좋은 탓에 비관적 인식이 팽배했던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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