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 전성시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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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어 더욱 화려하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29·교토 퍼플상가·사진) 얘기다.

국내 축구인들은 ‘이정수’ 말만 나오면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최순호 강원 감독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다. 해외 나가서 가장 많이 발전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한국 최고의 스토퍼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더욱 원숙해졌고 실력이 만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8 시즌 이정수와 함께 K-리그를 평정한 차범근 수원 감독은 “큰 성장이 있었다. 대견하다”고 흐뭇해했다.

이정수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 때문이다. 이정수는 유럽형 중앙수비수다. 큰 신장(1m85㎝)과 빠른 발을 겸비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선수다. 양쪽 풀백으로도 나설 수 있다. 가장 큰 강점은 공격력이다. 경희대 시절에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지만 2002년 안양 LG(FC 서울의 전신)에 입단한 뒤 조광래 감독의 권유로 수비수로 전향했다. 그래서 전문 수비수들이 갖지 못한 골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 올해 이정수는 벌써 7골을 넣었다. J-리그에서는 23경기에서 5골을 넣어 팀에서 디에고(6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뽑았다. 또 J-리그 대표로 출전한 지난달 한·일 올스타전과 5일 호주와의 A매치에서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정수가 뒤늦게 호평받는 것은 그가 불운한 늦깎이였기 때문이다. 2006년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부상으로 짐을 싸야 했다. 그는 2008년 3월 26일에야 데뷔전을 치렀고 5일 데뷔골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원에서 뛸 때만 해도 이정수는 수비에 전념했다. 이정수와 함께 중앙수비수로 활약했던 마토가 공격에 적극 가담했고 이정수는 2선에서 뒷문을 잠그는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올해 이적한 교토에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하면서 숨겨둔 기량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이정수를 고교 시절부터 지켜본 조민국 울산미포조선 감독은 “국내에 있을 때보다 수비에서 참을성이 좋아졌다. 또 경험이 쌓이면서 마지막 순간 공을 빼앗을 것인지 지킬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득점력 있는 수비수는 현대 축구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이정수가 대표팀에서 허정무 감독의 절대 신임 속에 선발로 출전하는 이유다. 하지만 또 한 명의 골 넣는 수비수이자 ‘허정무의 황태자’ 곽태휘(28·전남)가 부상 치료를 끝내고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곽태휘마저 넘어서야 이정수에게는 남아공으로 가는 대로가 열린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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