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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각지대 '어지럼증.변실금' 치료길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첨단의학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물체가 빙빙 도는 어지럼증과 대변을 흘리는 변실금 (便失禁) 이 대표적인 예. 환자도 많지 않고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관련학회가 결성되는 등 이들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들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어지럼증과 변실금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 어지럼증〓회전열차를 탈 때나 갑자기 일어설 때 핑 도는 어지럼증은 자연스런 생리현상. 그러나 가만히 있어도 주변의 물체가 빙빙 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지럼증의 60%는 귀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나타나 수 주 동안 지속됐다 서서히 좋아지는 전정신경염이 대표적인 질환. 감기 뒤끝으로 오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으로 가만히 있어도 어지러운 것이 특징이다.

양성돌발성 어지럼증도 있다.

전정신경염과 달리 고개를 가누는 등 특정동작을 취할 때 일어나며 30초 이내 사라지는 것이 특징. 어느 경우든 수술이나 약물요법 등 전통적 치료보다 재활치료가 효과적이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정구 (李正九) 교수는 "훈련을 통해 귀를 길들인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빠른 회전동작에도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고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 라고 말했다.

전정신경염의 경우 의사에게 눈과 머리, 사지를 움직이는 재활동작을 배워 가정에서 매일 10~20분씩 반복해 시행하면 어지럼증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양성돌발성 어지럼증은 더 간단하다.

의사가 환자를 앉은 상태에서 빠르게 눕히며 고개를 돌려주는 동작 (애플리식 재활치료) 하나만으로 현장에서 바로 치료된다.

주의해야할 어지럼증은 뇌졸중 등 뇌의 이상에서 비롯된 것. 李교수는 "의식이 흐려지거나 언어나 시력장애가 동반되는 어지럼증은 응급상황이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한다" 고 강조했다.

전문진료과목은 이비인후과와 신경과.

◇ 변실금〓변실금은 치료행위에 대한 의보수가도 아직 책정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소외된 분야. 변실금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분만이나 외상, 수술 후유증 등으로 항문을 조여주는 괄약근이 손상받을 때 생기는 괄약근결손형이 첫번째 유형.

충북대병원 일반외과 이상전 (李相典) 교수는 "이 경우 찢어진 괄약근을 다시 꿰매주는 수술을 통해 80%가 넘게 치료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수술시간은 1시간 남짓, 5~7일간 입원하며 40~5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둘째 유형은 괄약근 자체는 이상이 없지만 이를 오므리도록 명령하는 신경에 이상이 생긴 신경장애형. 주로 나이든 노인이나 당뇨환자에게 흔하지만 변비가 심한 사람에게도 생긴다.

보훈병원 일반외과 주재식 (朱在軾) 박사는 "심한 변비를 오래 앓게 되면 신경이 당기면서 만성적인 손상을 받아 나이들어 변실금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고 설명했다.

증세가 가벼우면 수술보다 바이오피드백요법이 좋다.

바이오피드백이란 환자가 직접 자신의 항문상태를 보면서 항문을 오므렸다 풀어주는 요령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재활치료법.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수축과 이완요령을 배운다.

심한 경우엔 물론 수술해야 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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