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주대 김순신교수 45년만에 서울대 재입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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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년 퇴임한 대학 교수가 45년만에 다시 대학생이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번 학기에 서울대 영어교육과에 재입학한 김순신 (金順信.66) 씨. 金씨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아주대 영문과 교수였다.

지난 51년 서울대 사범대 영어과에 입학한 金씨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형님의 뒷바라지를 위해 54년 휴학계를 내고 모교인 광주 숭일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러나 6.25 직후 어수선한 와중에 학교 측에 확실하게 휴학 규정을 알아보지 않았던 것이 화근. 55년 형 순재 (淳栽.작고) 씨가 고시에 합격하고 가정형편도 나아져 58년 서울대에 복학원을 냈지만 복학기간이 지나 이미 제적처리된 뒤였다.

金씨는 어쩔 수 없이 지방 대학에 편입해 학부과정을 마치고 교편생활을 계속했다.

68년부터 숭의실업고.신의여고 등에서 교장을 지냈고 81년엔 아주대 영문과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 때는 44년간의 교직생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까지한 그였지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중퇴' 딱지가 늘 마음에 걸렸다.

"일제 때 초등학교도 5학년 밖에 못다녔고 6년제 중학교도 2학년으로 편입했으니 단 한번도 입학한 학교를 제대로 졸업한 적이 없었어요. " 결국 金씨는 지난 2월 모교의 문을 다시 두드렸고 학과에선 40여년만에 돌아온 그를 반가이 맞이했다.

4학년 1학기로 복학한 金씨는 현재 6학점만을 남겨놓은 상태. 예전에 이미 끝마쳤던 교생실습도 근거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해야한다.

하지만 그는 초임교사로 갓 부임했을 때의 심정을 되새길 수 있어 오히려 기쁘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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