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우 따돌린 16명 법대로 처벌'-헌재 '불기소'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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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에서 성장해 국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급우를 '왕따' 시키고 1년여동안 집단적으로 괴롭힌 학생 16명에게 검찰이 나이 등을 고려, 전원 불기소처분을 내렸으나 헌법재판소가 "죄질이 나쁘다" 며 재판을 통해 처벌받게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주심 韓大鉉재판관) 는 25일 집단 괴롭힘을 당한 A군의 부모가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를 상대로 낸 불기소처분 취소사건에서 "청구인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했다" 며 취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가해학생들은 단순한 집단 따돌림 수준을 넘어 1년 이상 급우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폭행과 심리적 협박을 가한 만큼 죄질이 몹시 나쁘다" 며 "최근 집단 따돌림 현상이 청소년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공동생활의 기초를 파괴하고 있는 만큼 적정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집단 괴롭힘 현상을 억제하는 예방적 효과를 위해 수사검사는 적어도 범행을 주도하거나 중한 행위자만이라도 선별, 형법이나 소년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형벌이나 사회봉사.수강명령 또는 보호관찰 등의 적당한 처분을 받도록 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문희 (金汶熙) 재판관 등 2명은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할 나이의 가해학생들에게만 집단 괴롭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며 반대의견을 냈다.

미국에서 자란 A군은 중 2년 때인 95년 귀국, K중에 들어갔다.

같은 반 학생 16명은 A군의 한국말 발음이 부정확하자 "바보" 라고 놀리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주먹.발로 수차례 폭행을 가했다.

화장실로 끌어내 쇠파이프로 위협하는가 하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만지기도 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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