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프리마코프 회동…美-러시아 긴장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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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냉전종식후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전환점이 될 미.러 회담이 23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가 제11차 미.러 경제과학협력위원회 참석차 미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는 앨 고어 미 부통령 등 정재계 인사,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만나 양국간 현안 및 세계 문제를 조율중이다.

이번 회담은 표면적으로는 미.러 양국의 2인자들끼리의 회담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정치평론가들은 ^2000년 이후 미국과 러시아를 지도할 가능성이 큰 잠재적 지도자들간의 회담이자^새로운 긴장관계로 접어들고 있는 미.러 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하고^세계 문제에 있어 양국간 협조 지속을 모색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냉전종식후 유일 패권국으로서 세계를 지도해온 우월적 지위를 2000년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고자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의 확대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코소보.이라크 등 지역문제에 있어 미국식 해결방법인 무력응징에 대한 지지확보▶동유럽 및 러시아 등 옛 공산경제국가에 대한 IMF차관을 이용한 민주적 시장경제체제 구축을 위한 경제정책 변경 등을 러시아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 양국간 ▶탄도미사일요격체제 (ABM) 협정안의 수정을 의미하는 전역미사일방위망 (TMD) 구축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 및 양보▶2단계 전략미사일감축협상 (START2) 의 조기비준 문제를 이번 회담을 통해 확실히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측에 내줄 수 있는 당근은 러시아의 정치.경제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IMF의 대러시아 차관이다.

프리마코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총리실 주변 소식통들은 프리마코프가 IMF의 차관을 조속히 수혈받기 위해 미국측에 ▶START2협상의 비준약속 ▶이란에 대한 핵협력중단 ▶덤핑수출 마찰을 빚고 있는 러시아산 철강의 대미 수출물량 중단 등을 이번 방문을 통해 약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프리마코프.고어 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미국과 NATO가 신유고연방에 대해 공습을 감행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해결책이 나올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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