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설문조사, 간단 비용저렴…전문업체만 13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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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가장 키스장면이 멋있을 것같은 영화배우는? "새로 개발된 통신서비스입니다. 가장 적당한 이름은 무엇입니까" "학교내 벌점제도에 대한 귀하의 견해는?" "지난해 가장 안타까운 연예인 이혼사례는?" 최근 PC통신과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서 진행중인 설문조사 문항들이다.

무거운 사회적 이슈부터 연예인의 신변잡기는 물론 미 프로농구팀에 대한 선호도 등 다양한 설문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년전 언론사들의 인터넷 전자신문에서 첫 선을 보이기 시작한 사이버 설문조사가 이제는 13개 전문업체가 성업일 정도로 대표적인 네티즌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 왜 인기가 있나 = 가상공간 설문조사는 빠른 시간안에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특히 사회적인 핫이슈의 경우 대부분 24시간내에 결과를 접할 수 있기때문에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장점. 인터넷속에서 정보를 찾다가 호기심으로 들러보는 네티즌들이 자신의 의견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하는 측에서 특별히 돈이 들 일이 없다.

게다가 과거에 벌인 여론조사 결과가 데이터베이스로 모아져 있어 언제든지 궁금하면 다시 들어가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일부 조사업체는 자신의 견해를 올릴 수 있는 대화방도 설치해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의견이 엇갈리는 사람끼리도 채팅을 통해 토론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어떻게 활용하나 = 최근 한 라면업체는 새로 개발한 라면이름을 네티즌의 설문조사로 지었다. 영화회사는 촬영에 들어갈 배우의 캐스팅과 시나리오가 얼마나 잘 맞나를 알기 위해 사이버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국회 통신과학기술위원회에서 쟁점이 되는 법의 개정안을 인터넷에 올려 여론을 묻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넷서베이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오타스커뮤니케이션의 웹매스터 김지우 (金志佑) 씨는 "5백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경우 건당 1백만원을 받고 있다" 고 설명하고 "지난해만 1백20개의 상업적인 설문조사를 했다" 고 말했다.

고객기업의 대다수는 젊은이를 주 상대로 하는 패스트푸드나 캐쥬얼의류 업종이라는 것.

◇ 고객끌어들이기 = 결과가 믿을만하려면 표본이 건실해야 하는데 표본은 숫자로 말해준다. 이때문에 설문조사업체들은 우수한 많은 고객을 모으기위해 설문에 응한 네티즌에게 추첨을 통해 전화카드.도서상품권 등의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자주 설문에 참여하는 네티즌을 위해 비행기 마일리지처럼 점수를 주어 일정수준을 넘기면 선물을 보내주기도 한다. 사전에 필요한 타겟 고객 (응답자) 을 정해 이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신청접수를 받아 고정설문응답자로 정해두는 기관도 적지 않다.

◇ 문제는 없나 = 설문대상자가 대부분 네티즌들인 젊은층이기때문에 설문결과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또 한명의 네티즌이 여러번 설문에 응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연예인인기도 조사에 이런 사례가 많은데 이때문에 조사업체들은 한번 설문에 응한 네티즌은 그 기록을 남기는 파일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이를 막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네티즌이 여러 컴퓨터를 돌아다니면 막을 수 없어 사전에 가입신청을 해둔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또 상당수의 설문조사가 연예인과 관련 등 말초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 사이버 여론조사의 품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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