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총리 방한 첫날]한-일 북미사일 대응수위 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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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19일 서울에 도착, 2박3일의 방한 일정에 들어갔다.

오부치 총리의 방한에 대해 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김대중대통령의 방일때 구축한 '21세기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마음 한 구석은 무겁다.

한.일 어업협상을 놓고 대다수 국민들이 정부 실책을 탓하면서도 일본에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시점이 적절치 않다' 는 점을 당국자들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오부치 총리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중단을 위한 한국과의 공조방안이 될 것이라고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전망. 지난해 8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내 우익 세력의 목소리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판에 오부치 총리로선 무언가 해법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따라서 오부치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金대통령의 포용정책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되, 북한이 미사일문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를 완화할 수 없다" 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관측. 이와 관련, 오부치 총리를 수행한 총리실 누마타 사다아키 (沼田貞昭) 대변인은 "북한이 미사일문제에 건설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수교교섭이나 식량지원을 재개하기 힘들 것" 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공동성명에 '양국이 북한의 변화 유도에 적극 협조해나간다' 는 수준의 표현이 들어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金대통령에게는 대북정책의 공조 못지 않게 일본 자본 유치를 위한 한.일 투자협정문제가 큰 관심사다.

○…김종필총리가 19일 저녁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주최한 만찬 때에는 양국 총리가 '각하' 라는 호칭을 쓰면서 상대방이 즐겨쓰는 말을 끄집어내 우애를 확인. 金총리는 만찬사에서 "일찍이 각하께서 '시대가 누구를 필요로 하느냐는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지 사람의 지혜로는 미칠 수 없는 것' 이라고 하신 말씀에 가슴깊이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며 오부치 총리의 정치어록을 인용.

이에 대해 오부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방일한 金총리가 '줄탁동기 (啄同期.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야 된다)' 라는 휘호를 쓴 일화를 소개한 뒤 "새로운 한.일 관계의 태동이 때를 만나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고 화답. 오부치 총리는 또 만찬이 끝날 무렵 초청가수로 온 하춘화 (河春花) 씨가 자신의 '18번' 인 일본 노래 '항도 13번지' 를 부르던 도중 마이크를 건네주자 마지막 소절을 즉석에서 불러 박수갈채를 받기도.

이양수.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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