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서' 주한英대사부부, "경기장선 남남이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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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카 레이스는 헨리 키신저가 펼쳤던 '핑퐁 외교' 보다 더 극적인 '스피드 외교' 입니다. " 주한 영국대사 스테판 브라운 (54) 과 부인 팜 브라운 (55) .

이들 부부는 외교가에선 보기드문 카 레이서다. 자동차 경주 종주국인 영국 사람답게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익 외교전을 카 스피드로 헤쳐나가고 있다.

이들은 오는 28일 경기도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개막되는 국내 유일의 자동차 경주인 '삼성화재컵 한국모터챔피언십' 에 나란히 출전한다. 시합을 2주일여 앞두고 이들 부부는 주말이면 훈련에 여념이 없다.

대사의 경주차는 엑센트, 부인의 경주차는 스쿠프다. 소속팀도 다르다. 대사의 레이싱팀은 오일뱅크고, 부인은 이글 메사팀 소속. 금실 좋기로 외교가에 소문이 '짜 - ' 하지만 일단 경주장에 들어서면 라이벌이다.

특히 부인 팜 브라운은 승부욕이 강하다. 그녀는 90년 남편이 호주 멜버른 총영사로 있을 당시 남편과 함께 자동차 경주에 입문했던 맹렬 여성. 호주에서는 여성 경기에 출전, 남편에 비해 입상 경험이 많았던 그녀는 98년 남편이 한국대사로 부임한 뒤 남편과 함께 남녀 선수가 함께 겨루는 원 메이커 (배기량 1천5백㏄이하)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의 랩 타임 (한바퀴 주행속도) 은 남편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녀는 지난해 한국모터챔피언십에서 13위를 한 남편에 이어 24위를 기록했다. 이들 부부는 바쁜 일정 때문에 주말에만 연습시간을 가진다. 주위에서는 부인 팜 브라운이 레이서 기질을 타고 났다고 말한다.

영국 왕립사관학교 출신인 브라운 대사는 13년간 군에 복무했던 군인정신이 몸에 배 카 레이서에게 필수적인 순간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한국을 떠날 때까지 자동차경주에 계속 출전해 한국 모터스포츠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 고막을 찢을 만큼 시끄러운 경주차의 굉음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않는 외교관의 바람이었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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